한 아름의 웃음, 한 방울의 눈물.. 시대를 넘은 웃픈 현실
버려진 아이 존을 보살피는 찰리
고아원 끌려가는 존을 찾기 위해
경찰과의 지붕 위 추격신은 압권
자신의 유년기 동화처럼 풀어내
개봉 당시 작품성·흥행 둘다 잡아
외부 간섭을 피해 직접 필름 편집
100년이 지났어도 세기의 걸작 평
‘그 여자’가 자선병원에서 홀로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되는 여자는 여러 차례 고민하다가 저택 앞 정차된 고급 자동차 안에 아이를 두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한다. 그러나 도둑들이 자동차를 훔쳐 달아나다 뒤늦게 아이를 발견하곤 지나던 마을 쓰레기통 옆에 내버리고 간다. 아침 산책을 하던 가난한 ‘찰리’가 아이를 보고는 차마 외면하지 못한 채 허름하고 보잘것없는 자신의 집에 데려와 기른다. 흰 셔츠를 잘라 기저귀를 만들고, 커피포트를 젖병으로 쓰면서 고달픈 처지에도 아이를 보살피는 찰리는 아이에게 ‘존’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5년이 흐르고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아이는 찰리와 함께 일을 시작한다. 존이 돌멩이를 던져 유리창을 깨뜨리고 사라지면 찰리가 나타나 수리하는 ‘협업’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과 찰리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마치 ‘톰과 제리’를 보는 듯하다.
고아원에 끌려가는 존을 되찾기 위해 찰리가 경찰과 함께 벌이는 지붕 위 추격신에 이르면 객석은 온통 화면에 눈과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만다. 대문 앞에 앉아 졸던 찰리가 꿈속에서 본 판타지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날개 달린 천사들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 또한 절로 무릎을 치게 할 만큼 웃음을 자아낸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흑백무성영화가 여전히 이처럼 재밌을 수 있다니.
‘희극의 제왕’ 찰리 채플린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자 첫 장편 영화인 ‘키드’(1921)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한 아름의 웃음과 한 방울의 눈물이 담긴 사랑과 행복에 대한 드라마다.
120㎞나 되는 길이의 필름을 촬영한 채플린이 자신과 갈등을 빚었던 영화사의 눈을 피해 호텔방에서 직접 필름을 잘라내 붙이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키드’를 완성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외부 간섭을 받지 않은 채 편집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낙천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며 웃음을 전하는 ‘키드’는 첫 개봉 당시 호평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래 지금까지도 세기의 걸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따뜻한 감성의 흑백 화면과 서정적인 음악. 채플린의 영화는 현란한 음악과 화려한 CG 기술이 난무하는 현대 영화와는 뚜렷하게 차별되는 매력으로 품격 있고 진귀한 클래식 영화를 체험케 한다. 그의 영화에 발을 들이면, 잊히지 않는 엔딩 ‘시티 라이트’(1931), 블랙 코미디 장르의 바이블 ‘모던 타임즈’(1936), 나치즘과 히틀러에 대한 통렬한 풍자 ‘위대한 독재자’(1940) 등을 줄줄이 찾아보게 된다.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명장의 대표작인 만큼, ‘키드’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100개 극장에서 진행해온 ‘키드’ 상영 프로젝트에 따라 스크린으로 채플린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찰리 채플린 공식 오피스에서는 100주년 기념 포스터와 예고편을 만들고 흑백 스틸은 물론 컬러를 입힌 100주년 기념 룩북까지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에서는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국내에서도 1989년 이후 32년 만에 재개봉해 그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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