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삼성 준감위 '사업지원TF' 감시 방안 논의

장예지 2021. 1. 2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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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국정농단 뇌물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 준법지원인 쪽은 "사업지원티에프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됐다가 해체된 미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준감위가 사업지원티에프 활동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시도한 사실조차 없었다는 점이 전문심리위원단 조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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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서 '감시 사각지대' 평가
결심공판에서야 특별점검 뜻 밝혀
'옥중' 이재용 "준감위 활동 계속 지원"
2020년 2월에 열린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

지난 18일 국정농단 뇌물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위원장과 위원들께는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하여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는 게 변호인을 통해 밝힌 이 부회장의 메시지다.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준감위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과거 발언의 진정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이날 정례회의를 연 준감위도 “(이 부회장) 판결 이유 중 위원회의 실효성에 관한 판단은 의견이 다르다”며 “위원회 활동의 부족함을 채우는 데 매진하고 오로지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위법행위 예방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은 준감위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를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준감위는 이날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감시 방안을 논의했다. 옛 미래전략실의 뒤를 잇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티에프는 재판 과정에서도 준감위 감시의 사각지대로 평가됐다. 사업지원티에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했고, 승계 계획인 ‘프로젝트-지(G)’를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결론 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도 사업지원티에프 준법감시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준감위 실효성을 조사하는 전문심리위원단에 △사업지원티에프가 경영권 승계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지 △준감위는 사업지원티에프를 점검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준법지원인 쪽은 “사업지원티에프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됐다가 해체된 미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준감위가 사업지원티에프 활동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시도한 사실조차 없었다는 점이 전문심리위원단 조사 결과 드러났다.

준감위가 강하게 권고했던 사업지원티에프 임원의 현업 배제 약속도 없던 일이 되면서 준감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삼성바이오·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증거인멸을 주도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업지원티에프 백아무개 상무가 풀려난 뒤 복귀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업무를 계속 지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해 6월 준감위는 삼성전자 쪽에 시정을 권고했다. 당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시정을 약속했지만 백 상무는 삼성전자 산하 종합기술원으로 잠시 전보된 뒤 6개월 만에 다시 에피스로 돌아왔다.

재판 과정에서 사업지원티에프가 준법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 부회장 쪽은 결심 공판에서야 뒤늦게 사업지원티에프 관련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위법행위를 한 직원의 인사 조처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제도에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을 통해 위법행위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대응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준감위는 다음 회의에서도 사업지원티에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시·감독 방안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우찬 소장은 준감위 운영과 관련해 “준감위가 사업지원티에프 감시 등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임의단체가 아니라, 법적 권한을 갖고 주요 상장 계열사의 감사위원 강화와 감사위원회 위원장의 협의체로서 작동하도록 다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장예지 송채경화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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