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재범 중형, '스포츠 성폭력 종식하라'는 시대적 경종이다
[경향신문]
수원지법이 21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를 3년여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재범 전 코치에게 징역 10년6개월형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조씨가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위력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지도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어리고 약한 선수를 상대로 폐쇄적인 훈련 공간에서 자행한 성폭력 범죄를 엄벌에 처한 것이다. 스포츠 폭력과 인권유린 범죄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
조씨는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의 청소년 시절부터 조씨가 범행한 사실이 낱낱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조씨는 훈육을 위한 폭행·폭언만 했을 뿐 성폭행은 없었다고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해 진술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며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씨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을 외부에 폭로한 이후 수치스러운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등 범행 기간 외에도 2년 넘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는 판사의 말을 무겁게 자성하기 바란다.
2019년 1월 심 선수가 용기를 내 이 사건을 폭로한 후 체육계에서 ‘미투’가 잇따랐다.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뒤늦게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방안을 수립한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한 달 새 수십건의 대책을 쏟아냈다.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고, 민간 주도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스포츠 윤리센터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된 엘리트 체육 실태도 개선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달라진 게 없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 그때그때 말뿐인 미봉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6월 가혹행위가 극에 달했던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을 막지 못했고, 또다시 피해자 전수조사 같은 사후약방문 처방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을 뿌리뽑으려면 묵인·방조·은폐가 팽배한 지도자 권력 중심의 ‘침묵의 카르텔’을 깨뜨리고 선수들에게 안전한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거기서 출발해 잘못된 관행을 하나씩 뜯어고쳐야 ‘제2의 조재범’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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