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20kg 쌀포대 멘 학생들.."승강기 타려면 변호사 통해라"
[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 간다, 인권사회팀 윤상문 기자입니다.
전·현직 외교관들이 만든 외교협회가 자신의 건물에 세를 든 대안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가를 대표했던 외교관 출신 어른들에게 어린 학생들이 요구하는 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공익기관인 이 외교협회의 행동이 과연 공익적인지 따져보러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사당역 인근 한적한 공원 주변.
전·현직 외교관들이 공익 목적으로 운영하는 한국외교협회의 건물이 있습니다.
한 대안학교가 2019년 초부터 이 건물 3층과 4층을 임대해 쓰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20대 초반까지 70여 명의 교실과 기숙사 공간입니다.
건물 관리 직원이 3층 엘리베이터 버튼을 드라이버로 돌리고 있습니다.
낮 12시.
이날 허락된 시간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사용시간이 낮) 12시까지라면서요." (그래서 여기서 잠그시는 거예요?) "여기서도 잠그고…"
중앙 출입문엔 학생과 교사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문혜빈/숲나학교 학생] "저희는 (엘리베이터) 사용 못 하고 (외교협회) 이분들은 커피 들고 엘리베이터 사용하시고. '정문은 아예 들어오지 말라'(고 해요) 우리 학교 애들은."
기숙사에 짐이라도 나르려면 외교협회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도 변호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주문.
학교 측 변호사가 외교협회 변호사에게 매번 연락해 허락을 받아도 1층 사용은 금지입니다.
지하 주차장에서 타라고 합니다.
[문경환/숲나학교 교사] "지금까지 한 10번 정도 요청했던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 한 번 사용할 때마다 무슨 변호사를 통해서 우리가 승인을 받아야 되는지…"
"하나, 둘, 셋."
20킬로그램짜리 쌀 포대를 옮기는 학생과 교직원들.
매끼 식자재도 힘겹게 계단으로 나릅니다.
그나마 관리직원이 퇴근하는 오후 5시가 지나면 아예 쓸 수가 없습니다.
[문경환/숲나학교 교사] "'(오후) 5시 이후엔 (엘리베이터 회사에 연락하면) 기사가 나와서 열어줄 거다. 그 대신에 30만 원씩 내야 될 거다'. 이런 이야기 듣고 너무 황당해 가지고…"
"이곳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도서관입니다. 이렇게 바로 앞에는 엘리베이터가 위치하고 있는데요. 정작 전원이 꺼져 있어서 학생들은 먼 길을 돌아서 와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지난해 초, '수익을 위해 기숙사 시설을 폐지 하겠다'는 공약을 낸 전직 주일대사가 새 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달라졌습니다.
한 달 만에 엘리베이터와 출입구, 2층 여자 화장실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3층 식당 역시 닫으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냄새가 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주태용/숲나학교 교사] "도대체 왜 저러실까. 학생들이 더 많아지고 이런 게 너무 싫대요. 한 공간에 있는 게 너무 싫대요."
급기야 지난주엔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쓰던 공간을 철문으로 막아버렸습니다.
[서영준/숲나학교 학생] "이것(철문)까지 생기니까 더 답답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이도 없고."
참다못한 학생들이 엄동설한에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문혜빈/숲나학교 학생] "화가 많이 났어요. 사람대우를 못 받는 것 같은 기분이고."
[심어진, 안수혁/숲나학교 학생] "외교관들이라고 해서 되게 멋있는 분들인 줄 알았는데 실망한 부분이…"
회장을 포함해 임원 6명 중 5명이 전직 대사인 외교협회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묻기 위해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한국외교협회 사무총장] "나가세요. 업무방해 됩니다."
답변을 거부하던 협회 측은 홈페이지에 입장을 올렸습니다.
"학교 측이 건물을 무질서하게 사용했고 계약 때보다 학생 수도 늘었다"면서, "코로나로 60-70대 회원들이 아이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이 위험해 내린 조치"라는 주장.
그러면서 "애초 엘리베이터와 본관 통로, 운동장 등은 계약에 포함돼 있지 않았고, 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 해결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업/변호사] "엘리베이터가 정작 필요한 건 3층이잖아요. (못 쓰게 하려면) 임대차 계약에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별도의 특약이 있어야 합니다."
계약 기간은 아직 3년 더 남았습니다.
학생들은 노련한 어른들의 '고사 작전'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알아서 포기하게 만드려는 것 같다는 겁니다.
[서영준/숲나학교 학생] "저희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가고, 저희가 이렇게 해서라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간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 영상편집: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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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문 기자 (sangmo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65657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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