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이념 갇힌 文정권 애초 통합 뜻없어.. 정권교체를 체제변혁으로 둔갑"

이규화 입력 2021. 1. 21. 20:06 수정 2021. 1.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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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높이고 소비 늘려 경기 진작? 진짜 엉터리.. 고용주 부담 덜어주기가 답
기업규제 3법, 지금은 때 아냐..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낙하산 인사 자리 만들기
우리의 시민 형성 기간 불과 20년.. 현재의 사회 갈등 시민의식 배양 안돼 생겨
송호근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석좌교수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

"정치적 상대를 바이러스 박멸하듯 척결해야 기꺼워하므로 '정치적 방역(防疫)정권'이라 불러도 좋을 겁니다. 코로나 추적 동선과 절대 이념의 무결성이라는 두 개의 높은 벽이 타 진영과 국민을 향해 높이 축조돼 있어요. 바이러스는 백신으로 퇴치하지만, 정권의 편집증적 확증편향은 어떤 백신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요."

민주시민사회에 대한 담론으로부터 코로나방역,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근무제, 일자리, 심지어 대입제도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의 이슈와 쟁점에 대해 직설을 펴온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로부터 고견을 들었다. 이달 초 17년간 장기 연재했던 칼럼(중앙일보 '송호근 칼럼')을 종료키로 한 직후라서 그의 독특한 필설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 우려돼 조급증을 갖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행히 송 교수는 흔쾌히 응했고 2시간가량 흉중을 털어놨다.

한평생 한국 시민사회의 연원과 구조, 변동, 미래를 연구해왔기에 그 렌즈로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했다. 송 교수는 일성으로 국민의 분열상에 대해 걱정했다. 정치권력의 무능과 임무의 전도(顚倒) 면에서 현 정권에서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송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원혼의 기반 위에서 출발했고 검찰개혁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정책에서 '우리와 너희'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했다"며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근제와 부동산, 일자리, 고용과 복지, 교육 심지어 외교안보에 까지 그 척도를 들이댔다"고 강조했다. 문 정권은 처음부터 국민 통합에 뜻이 없었다는 의미다.

송 교수는 민주화 이후 지난 여섯 번의 정권교체는 전 정권을 부정하는 데서 현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려 했는데, 문재인 정권은 그 강도가 제일 세다고 분석했다. 이제 정권교체는 체제변혁이 됐고 문 정권에서 끝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문 정권의 업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송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교양 있는 시민들이 주체가 돼 양보와 타협, 공존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위해 각급 학교에서 평등과 권리만을 교육할 게 아니라 자제와 설득, 독립의 미덕을 함양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 시민교육청의 예를 들며, "그것은 이타심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지혜의 학습에서 발로되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 비즈니스센터 미팅룸에서 가졌다. 원래 약속 날짜는 11일이었으나 한파로 인해 송 교수의 차가 '냉해'를 입어 강원도 산골 거처에 갇히는 바람에 이틀 연기됐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현 정권은 상대를 바이러스처럼 척결하려 하는 '방역정권'이라고 칼럼에서 지적하셨는데, 그렇다면 실제 방역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상대적으로 성공한 것은 사실이죠. 인구 5000만 국가에서 이 정도로 막아냈다는 것은 잘 한 거지요. 전 방위로 검사하고 추적도 많이 했어요,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긴 하지만. 확진자들을 빠른 속도로 치료를 한 것은 사실인데, 문제는 전문가들 얘기를 2, 3월에 전혀 듣지 않았다는 거예요."

-전문가들 말을 초기에 듣지 않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야 됐던 것 같아요.

"행정력을 너무 믿은 거지요. 행정력을 너무 믿고 전문가들 얘기는 유보해놓은 채로 방역을 시작했는데, 행정력이 나름대로 작동을 해서 그런대로 막아낸 거지요. 그런데 K방역이라고 해서 자랑할 만한 거리는 못 되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K방역의 핵심은 행정력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료체계가 전 국민을 커버하고 있었다는 것, 건강보험이 있었거든요. 의료보험이 일등 공신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병원과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는 것이거든요.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부 말을 잘 따른다는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 참 착하다'라는 말도 자칭 타칭 나왔어요.

"정부 방침에 잘 따른 이유가 뭐냐 하면, 내가 훈령을 따르면 혜택을 본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예요. 즉 사회적 포용 수준이 높다는 겁니다. 사회적 포용성이라는 것은 영어로 표현하면 소셜 인트루시브니스(Social Intrusiveness)인데 개입하고 포용한다는 의미예요. 그런데 정부가 포용한 게 아니고 사회 자체 제도가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내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체계가 잘 돼 있기 때문인 거예요. 그 다음에 우리 사회는 어떤 집단을 내치는 사회가 아니잖아요. 노숙자라도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바로 이송하면 된다는 체제가 돼 있단 말이에요. 사회적 포용수준으로 봐서는 세계에서 으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자화자찬하는 정부는 좀 밉상입니다.

"포용은 그 전부터 만들어왔던 제도적인 환경이에요. 제도의 수준, 제도의 힘, 민간의 힘이 큰 거죠. 거기에 행정력이 가미가 돼 K방역이라는 게 생긴 겁니다. 문제는 이런 것을 정부의 몫으로 전유(專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거지요. K방역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해야 할 말은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사회적 제도, 즉 사람들을 포용하는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고, 사람들이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취약계층은 더 어려워진 반면, 상층은 별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분야별 영향도 다르고요. 양극화 심화에 따른 정치 경제 사회적 통합이 숙제인데요.

"이 정권은 통합 정권이 아니예요. 사람들을 갈라놓는 정권입니다. 말하자면 '적폐'와 '우리편'. 아무튼 적폐라는 이름으로 적(정치적 상대편)을 호명해서 바깥으로 내쫓아버리는 걸로 정당성을 구축해온 정권이에요. 이런 점은 기존의 민주체제에서, 지금 여섯 번째 정권인데, 모든 정권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YS체제(김영삼 정부)는 조금 다르지요. 독재체제를 청산해버렸으니까. 그 이후 다섯 차례 정권은 기존의 것을 부정하거나 뒤집는 것으로 자기 정권의 정당성을 쌓았어요. 말하자면 이걸 규칙으로 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런 것이 한국정치의 외적인 발전 동력으로 정착이 됐어요. 거기에서 이 정권도 예외는 아니지요."

-그건 국민의 의지와 상관 없는 정파간 싸움인가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는 개인적 앙금도 있고 서로 견제했던 거지요. 박근혜 정권도 이명박 정권을 뒤집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요. 박근혜 정권은 한 마디로 얘기하면 아버지 시대로 돌아가려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정권이고요. 만약에 노무현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가정을 하면,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연결을 하려고 했겠지요. 지금도 문재인 정권이 노무현 정권을 따라하고 있고, 정도에 있어서는 훨씬 심하지요. 한 마디로 얘기하면, 한국정치의 내적인 규칙은 전 정권을 부정하는 것으로써 현 정권의 정당성을 구축해나가는 방식입니다. 방식의 강도에 있어서 문재인 정권은 훨씬 심한 거죠. 초기부터 '적폐' 청산을 한다고 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사회 통합이라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이 정권 3년 반은 화합과 통합이라는 것을 구태의연한 적폐로 몰아버린 셈이에요. 쟁기로 땅을 일어버리듯이 과거를 쓸어버리고 새로 출발하려고 했던 그런 정권이기 때문에 통합, 화합과는 가장 멀어버린 정권이 됐어요."

-현 정권의 임기가 1년 4개월 남았습니다. 앞으로도 통합과 화합은 기대할 수 없을까요.

"지금 와서 통합과 화합을 말한다고 해서 '좋아, 상대를 수용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요, 새로 일궈놓은 땅에 와서 정착할 사람들을 찾아내는 방식이겠지요. 대통령이 통합, 화합 말한다 해도 이제는…. 3년 전에 그런 얘기를 하고 실행의 시늉이라고 했다면 한번 믿어나 볼 텐데, 지금은 신뢰가 가지 않지요."

-왜 그렇게 됐나요.

"어떤 정권이든 크거나 작거나 원한을 갖고 출발하지만, 이 정권이 가장 큰 원한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적폐청산이라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하면 '한풀이'거든요. 정치라는 것을 한풀이로서 하면 발전이 되겠어요? 말은 그렇게 안 하지만, 결국은 한풀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권 핵심 주사파들이) 청년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혁명 이념을 30년 뒤에 실행시키려고 했던 거지요."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 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기대했는데, 이젠 기대 다 없어졌으니까. 실력이 없으면 실력이 없다고 하면 되는데, 기다려달라고 하고, 기다려도 보여주는 게 없잖아요. 기다리다 지쳤잖아요. 이제 끝났어요. 내가 보기에 다시 일어설 수도 없어요."

-지적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적하고 비판하면 '정부에서 뭐 한 자리하고 싶은 거냐' 이러는 거예요. 과거에 정권으로부터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다 거절했습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요. 그렇게 한 이유가 뭐냐하면, 지식인이 정권으로부터 거리 두기를 항상 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아부 발언을 하게 돼요. 물론 잘 한 것은 잘 했다고 해야지요. 그러나 잘 한다고 하더라도 항상 실패할 가능성은 있는 거고, 식자의 고민은 계속 비판적 시선을 유지해야 하거든요, 잘했든 못했든. 그래야 정권이 정신을 차리는데, 기여하지요."

-이 정권은 비판은 타 진영이 하는 관습적인 것쯤으로 아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비판을 해도 끄덕도 안 하지요. 들은 척도 안 하는 겁니다. 마이동풍, 우이동풍이라 해야 할지…. 그러다보니 언론도 그악스러워진 겁니다. 듣지를 않으니까. 이 정권의 귀는 출발할 때부터 닫혔다고 봐야지요."

-교수님 (칼럼의) 발언 수위도 갈수록 톤이 높아진 것 같아요.

"이 정권 초기에 얘기를 많이 했어요,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2018년 3월 24일인가요 초청 받아 청와대 가서도 강연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는 한참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간 거지요. 소주성이라고 하면 노동시장정책인데 청와대는 자본시장 연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거든요. 노동시장 연구한 사람은 딱 한 사람이었어요. 한 사람 가지곤 안 돼요. 노동시장에서 '소득을 높이고 소비를 늘려 경기를 진작시킨다'는 개념인데, 이게 얼마나 엉터리 같은 정책인가요? 진짜 엉터리거든요. 그래서 방식을 바꾸라고 했어요. 방식은 간단합니다. 고용주한테 부담을 지우면 안 돼요. 고용주한테 '당신 이렇게 저렇게 하라, 그러면 우리가 돈 준다' 이러잖아요. 그러지 말고 피고용인이 고용노동청에 가서 '15시간 고용 됐으니까, 최저 임금 모자라는 것을 주세요' 하면 되잖아요. 그럼 고용주는 부담이 없어요."

-피고용인에 직접 정부가 최저임금 보전을 해주는 방식이니 제도가 심플하네요.

"줄 돈을 여기(피고용인)에 주지 않고 저기(고용주)에게 주면서 그냥 줍니까? 페이퍼워크 해야지, (정부 지침) 다 들어야지, 보험금 달린 거 줘야지요. 그 다음에 주말수당 줘야지, 그 일을 자영업, 중소기업이 어떻게 다 따져서 해요? 주는 것도 3개월 만에 한 번씩 주면서. 도장도 찍어야 하고. 그 짓을 누가 합니까. 안 하고 말지. 그래서 '당신들 현장에 가봐라. 소득주도 좋은데, 이쪽 위해서 저쪽 짐을 지우면, 저 사람들의 가장 간단한 대응은 내가 뛰고 말지 하며 사람들을 내보낸다'고 했어요. 현재 고용지표가 다 내보낸 걸로 나오잖아요. 현장을 모르는 겁니다."

-탁상 지식으로 나온 정책이 한둘이 아닙니다.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이념에 투철해요. 물론 노동, 농촌 현장에 내려갔긴 했지요. 그런데 내려가서 뭘 했느냐 하면 선동을 한 겁니다. 노동자들이 착취당한다고 선동한 거예요. 그래서 노동운동만 끌고 온 거지. 노동시장의 구조에 대해선 잘 알고 있느냐 하면 잘 모르는 겁니다. 지금도 똑 같은 거예요. '당신들은 착취당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돈을 쓴다'는 겁니다. 54조원 썼다고 하잖아요.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지원금을 누가 쓰라고 했어요. 그거 국민 세금이잖아요. 그러면 주는 건 좋은데 제대로 주라는 겁니다. 일자리 만든 거 얼마나 됩니까."

-주52시간 근무제가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겪이 됐습니다.

"주52시간근무제 좋아하는 사람 어디 있습니까.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집단에 피해가 훨씬 많이 갔지요. 노동자가 원치 않지요. '나는 애들 학비도 벌어야 되고 학원비도 벌어야 해서 더 일해야 돼'라는 사람들한테 52시간 이상 못한다고 하니. 최저임금 올려준다고요? 고용시간을 잘라요.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52시간 하고 저녁에 다른 세컨드 잡을 구하려 돌아다닐 수밖에. 그런데 세컨드 잡이 어디 있어요? 그러니 당연히 소득이 줄어들지요. 노동시장정책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돈을 이렇게 쓴 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봐요, 나는. 장하성 실장과 그 팀을 문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54조원에 대해서."

-그 세금을 다른 생산적인 분야에 썼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돈을 낭비한 것도 문제지만 고용을 다 깨버렸어요. 정권의 실패지요. 반성을 해야지. 무얼 잘 했다고 큰 소리 치고 있습니까. 집값은 또 안 그래요? 온 사방 다 들쑤셔놓고. 윤희숙 의원이 '정책의 배신'을 썼던데, 정책의 배신이라는 말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죄를 지은 거예요. 노동시장을 폭격해놨지요. 쑥대밭을 만들어놨어요. 길거리 헤매는 사람들은 또 어떻고. 약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념에 충실했지만 방법을 몰랐던 겁니다. 돈만 쓴 거지. 약자들을 '노동시장의 노숙자'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심하게 표현하면."

-작년 12월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일자리가 63만개나 줄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고용한파를 원인으로 돌리거든요.

"이미 고용능력이 무너진 상태에서 코로나가 덮치니까 말도 못하게 주저앉게 버린 겁니다. 얼마 전 정세균 총리가 나와서 눈물도 흘리고 그러던데, 눈물이라도 흘리면 다행이지. 청와대 있는 친구들은 뭔가요. 심하게 말하면 역사의 죄인이에요. 지금 정규직 진입로가 다 닫혔어요. 대기업은 고용을 안 해요. 재택근무로 재미를 봤는데 하겠어요? 중소기업은 능력이 없지. 20대에서 30대 중반까지는 죽을 지경이지요. 청년지원금으로 겨우 살리고 지역화폐로 50만원씩 준다고 그러는데, 이것도 다 돈 쓰는 얘기고요. 지난 2017, 2018, 2019년 2년 동안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에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려서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청년 실업 구제하기는 난망이에요. 젊은 세대 신세가 지금 노숙자 신세지요."

-알바 자리 하나 나면 수십 명 몰리는 것은 보통이라고 하네요.

"지방은 더 합니다. 포항공대 연구소 행정직을 구한다고 하면 젊은 여성들이 엄청 몰려 와요. 그런데 보면 단순한 일을 할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다 능력이 있거든요. 게다가 이 사람들 고용을 하면 사실상 2년 이상 고용을 못해요. (인건비 부담이 있는 고용주 입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해서. 2년이 지나면 나가서 또 돌아다닌다고요. 그러니 노숙자지."

-청년층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데, 기업 규제환경은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설령 기업규제3법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금 할 때가 아니지요. 더군다나 기업규제3법 가운데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낙하산 하려고 한다고 봐요. 국민연금이 나선다면, 아마 올해 3월에 상위 그룹 중 한 열 개쯤은 본보기로 할 겁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감사자리가 아마 1000여개 쯤 될 텐데, 임기 얼마 안 남았으니 2차 낙하산이 펼쳐질 겁니다."

-기업 공세에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가세했습니다.

"중대재해법는 필요한데, 고용주를 잡아가겠다고 하면 누가 회사를 맡아 하겠어요. 김용균법(산안법)이 작년에 시행됐는데, 물론 사고는 막아야지요. 그런데 막는 방법이 고용주를 감옥에 처넣는 것이라면, 과잉이지요. 이 사람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닌데, 그것 때문에 쫓아다녀야겠어요? 현장에서 철저하게 해야지요. 그렇다면 현장에서 왜 철저하게 못 하느냐를 따져야지요. 물론 하도급 문제일 텐데, 하도급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의 문제거든요. 예를 들어 '임금 책정을 80% 이하로는 절대로 안 된다' 하는 것처럼 여력을 준단 말이에요, 그러면 그 안에서 기업들이 해법을 찾을 텐데, 무조건 안 된다고 잘라버리니 기업들이 갑갑한 거지요. 코로나 위기를 겪고 있는데, 산안법, 기업규제3법, 중대재해법에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제를 강요하니 누가 기업을 하려고 하겠어요? 기업 정리하려고 하니 양도세에 상속세가 가로막고. 상속세가 최대 65%니 기업 상속이 또 되겠어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지요."

-10년간 쭉 내오신 '탄생 3부작' 저작을 작년에 '국민의 탄생'으로 일단 마무리 하셨는데, 우리 사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한 건가요.

"책은 그 전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2014년 세월호 사태가 더 저작 욕구를 움직였어요. 선장이 혼자 탈출했잖아요. 사람들이 저 사람 사형시켜야 된다고 말이 많았어요. 67세의 선장이 300명의 애들을 두고 혼자 탈출을 했다, 과연 이게 무얼까. '내가 만약 저 상황이었다면 나도 그랬을 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그게 바로 시민의식의 결여인 거지요. 나 혼자 살려고 빠져나왔다는 것은 시민의식 배양을 못한 겁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저를 포함해서 다 비슷하다고 보는데, 그러면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고 있다는 시민의식을 배양한 적 있었느냐 하면, 없었거든요. 왜냐하면 국민이었으니까."

-국민은 미성숙한 시민입니까.

"모든 사람이 국민이 되는 '국민과잉'인 셈이지요. 더불어 사는 것보다는 국가에 충성하는데 익숙한 거지요. 재난을 당하면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게 시민의식입니다. '국가가 와서 왜 안 도와줘'라고 생각하는 게 국민입니다. 그런데 박근혜가 뭐라고 했느냐면 '국가개조'를 하겠다고 했거든요. 부패 고리를 자르고 어떻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사고의 탓을 부패로 돌리는 겁니다. 국가가 시원찮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1920년대의 발상을 한 겁니다. 그 때는 적폐라는 말을 안 했어요. 그 후에 적폐라는 말이 나왔지요. 적폐라는 말은 원래 일제 강점기 말이에요. 개조도 마찬가지고."

-사고의 원인과 해법이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성에 바탕을 깔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야말로 현대문명의 대낮에 '개조?' 국가개조는 일본사람들이 했던 말이에요. 적폐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쓰다 말았거든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박정희 대통령)가 그런 말을 했겠지요. 탄생 시리즈는 시민의식을 배양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이 무언가, 이런 질문을 하려고 했던 겁니다."

-'국민과잉'에서 '시민의 책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까.

"우리는 시민 형성 기간(1894년~1919년)이 불과 20여년 밖에 안 됐어요. 시민 형성이 유럽은 100년, 우리나라는 20년인데, 식민치하에서 국민으로 호명을 받다가 1945년 해방되면서 국민으로 태어났어요. 사회적 갈등 등 요즘 일어나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들이 시민의식을 배양하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에 근거하고 있다는 거지요. 역사적 과정에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시민의식을 배양하지 못하는 한, 아무리 민주화정권이 들어서도 계속 문제가 반복될 겁니다. 즉 우리는 유럽처럼 100년 동안의 시민 형성과정을 겪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민의식은 시련과 단련 과정을 거쳐야 된다는 의미인가요.

"유럽은 100년 동안 그런 것을 겪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도전을 해도 수용을 했고, 우리만 살아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다당제 형성의 배경이 된 겁니다. 계급이 타협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는 형성이 안 된다, 이것을 시민들이 100년 동안 느꼈던 거지요. 양보하지 않으면 사회가 무너진다, 우리 것도 무너진다는 겁니다. 우리 욕심을 자제해야 같이 살 수 있다는 시민윤리가 자라난 겁니다. 시민윤리라는 게 그 사람들이 잘 나서 만들어진 게 아니고 내가 생존하기 위해 양보를 한 데서 비롯되는 겁니다. 공장이 잘 돌아가려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고 저 사람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의식이 자란 겁니다."

-더 받으려 하면 주는 쪽에선 덜 주려는 유인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보호받는 사람은 '혜택을 받았구나, 그럼 무엇으로 갚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게 아니에요? 그러면 공장에서 일 열심히 하는 유인이 생기고 그러면 또 열심히 할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이게 바로 교환이거든요. 이게 바로 시민사회의 교훈인데, 우리는 이것이 없었어요. 탄생 시리즈는 이런 문제를 다뤘습니다."

-한국사회는 노동자층에서 기업가로부터 더 받는 것은 당연한 걸로 여기거든요. 나아가 그게 바로 정의라고 합니다.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건 부정한 것이니까. 그럼 언제까지 내야 하나요? 이익공유제, 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려운데 십시일반 좀 도와주자는 거겠지요. 그런데 받는 사람이 준비가 안 돼 있는데! 받는 사람들이 더 내놓으라는 건데. '내가 받으면 당신네들이 원하는 규칙을 내가 지키겠다.' 어디 그런가요?"

-현재 우리의 시민의식 수준에서 이익공유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이익공유제는 말만 이익공유제지, 그 내부에 있는 전제조건이 형성 안 된 채로 나오고 있는 거지요. 이 모든 게 이기심 국민의 성장과정에서 나오는 거고요, 그래서 교양 없는 시민, 중산층이 만들어진 겁니다. 교양이라는 것은 서로 공존하는 지혜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획득됩니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돈 벌고, 자기 자리 확보하고,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려는 걸로만 뭉쳐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사회를 향해 설득력을 가지느냐, 천만의 말씀이지. 아파트 경비원 폭행 사건이 단적인 예잖아요. 경비원 폭행 사건은 강남에서 일어나고 경비원도 같이 살자는 말은 강북에서 나왔어요. 천박한 자산가들, 중상층의 행태가 그렇다고 하면, 우리는 시민으로서 성장할 때까지의 투쟁, 양보, 자제, 타협, 설득 그러면서 사회주도권을 형성해나가는 발전모델이 아쉬운 겁니다."

-학교에서 시민의식을 습득하고 체화하는 교육이 잘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교조는 주로 평등과 인권을 얘기하잖아요. 권리를 강조하는데, 인권은 그렇게 나오는 게 아니고 시민사회의 지켜야 할 기본적인 덕목을 지킬 때 존중받는 거라고 얘기해야죠. 그러고 나서 그것을 지키면 너의 권리가 돌아간다고 해야 합니다. 길거리 나가면 다른 사람이 있을 때 떠들지 말고, 다른 사람의 눈치도 보고, 행동도 조심하게 하고, 그 다음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는 것이 바로 기본적으로 할 일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면 너한테 인권이 간다고 말해야 합니다. 인간이라는 의미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네 권리만을 주장하라고 가르치고 있으니…."

-투표권을 작년 21대 총선부터 19세에서 18세로 내렸는데 더 내리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니, 훈련을 받아야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를 하죠. 3~4년 정도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도 벌이고 시민의식 함양도 한 상태에서 투표를 해야지요. 그래서 시민 교육을 위해서는 입시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중고등학교 교과과목 중에서 일반 사회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라는 겁니다. 수능 평가는 전체에서 20% 정도만 배정하고 경쟁을 딱 하나 점수로 하는 것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봐요. 점수 경쟁에서 우리가 얻을 게 별로 없어요. 1, 2점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열정이 있어야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초저출산율, 급속한 고령화, 높은 자살률이거든요.

"진짜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회적 진입비용이 너무 올랐잖아요. 사회 들어가서도 결혼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까 그런 겁니다. 사회적 진입비용을 낮춰야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러지요, 복지를 강화해라, 그래서 그간 출산 장려를 위해 100조원 넘게 썼어요. 보육비, 아동복지비 늘리고 그랬는데, 그건 편의를 봐준 거에 불과해요. 내가 애를 키워가지고 미래에 얻는 가치와 지금 나를 실현하는 가치를 비교해서 계속 출산을 미루는 거잖아요. 저는 그렇게 봐요, 80% 75% 대학 가는 걸 이제 좀 줄이자는 겁니다. 대학교육 4년 받는 것과 생활 현장에 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스펙 때문에 차이가 있지만, 점점 작아지고 있잖아요. 모든 사람이 엘리트가 될 수는 없잖아요. 비합리적인 학구열을 이제 반성할 때가 됐다는 겁니다."

-오랫동안 제기돼온 과제인데도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20세기와 21세기는 이제 달라요. 고도성장기 1970년대 1980년대라면 대중교육에서 평균적인 학력을 높이는 게 경제성장으로 직결됐던 시대입니다. 대량생산시대에는 산술을 배워야 했어요.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어요. 평균 학력을 높인다고 해서 성장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요. 이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구태여 대학을 가야 하느냐, 그 비싼 학비를 내고? 그래서 미국처럼 대학진학률을 40~50%로 떨어뜨려 부모들도 부담에서 해방이 되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도전적인 자기 삶을 살 수 있는, 기술이 됐건 지식이 됐건 그런 형태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거지요. 이게 두 번째 초저출산 해결 방안입니다. 첫 번째는 사회적 진입비용을 낮춰져야 한다는 거고요. 20대 중반 쯤에 사회에 진입해 소득과 관련되는 것을 배워나가는 것이 낫지 않나 봅니다. 그러면 당연히 결혼 연령도 낮아질 수 있고요. 주거대책 등도 중요하지만 그건 그 다음의 문제고요."

-겉으로 드러난 다급한 문제 중에 주거난도 심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공공주택이 적지만, 공공주택이나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이 일단은 개선돼야 합니다. 주택이 자산 가치가 되고 신분 가치로 측정되기 때문에 이런 점을 어떻게 완화시킬 것이냐는 것이 숙제지요. 그런데 주택정책이 이 난리를 치니 말이 안 되는 거지요.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어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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