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깨는 여성 지휘자들

정연욱 2021. 1. 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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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연, 예술 분야에서 ‘여성 지휘자’는 유독 드물었죠.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지휘계에 최근 여성들이 활발히 진출하면서, 권위에 익숙했던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정연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스탈린 정권의 공포정치를 고발하려고 작곡한 음악,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올해 첫 정기음악회를 지휘하는 성시연이 코로나 시대를 위로하기 위해 선택한 작품입니다.

[성시연/지휘자 : “우울할 수도 있지만 죽음과 관계되고 애도와 관계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거든요.”]

앞서 4년 동안 경기 필하모닉 예술단장으로 재직하며, 여성 지휘자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남성 지휘자에 익숙한 음악계의 편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성시연/지휘자 : “(같은 연배의 남성 지휘자들보다 더 힘들 것 같아요.) 네, 아무래도 그런 면이 없을 수 없죠. 선입견이 있다면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 남들보다 10배가 더 뛰어나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분야와 달리 남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금녀의 벽’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휘계, 한국인 가운데는 성시연 뿐 아니라, 2019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에 발탁돼 파란을 일으킨 김은선이 오랜 편견과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아누 탈리가 코리안심포니를 지휘해, 이례적으로 강렬한 베토벤 교향곡을 선보이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휘자의 ‘카리스마’가 미덕으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소통하는 리더십이 각광받게 된 시대의 변화가 여성 지휘자들의 활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입니다.

[노승림/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교수 : ”여성 지휘자들이 활동하는 것이 여성의 강점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사회를 오히려 반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여성 지휘자’라는 말이 아예 사라질 때까지, 예술에 헌신하는 진정성으로 보폭을 넓혀가려 합니다.

[성시연/지휘자 : ”첫 만남이라면 생소할 수 있는데 그 생소함을 녹여줄 수 있는 것은 본인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영상편집:김은주

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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