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디지털파시즘에 맞선 블랙전사들

입력 2021. 1. 21. 19:40 수정 2021. 1.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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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단순한 보수와 진보간의 정치투쟁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디지털파시즘(digital fascism)'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1920~40년대에 등장했던 파시즘은 동질적인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 지배계층의 완전한 결속과 통합을 실현하려 했다. 이를 위한 지도이념과 지도자는 열광적 숭배의 대상이고, 이에 대한 비판은 용납되지 않아 집단적 보복의 대상이 됐다. 2차 세계대전 발발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한 파시즘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인류가 마련한 체제는 민주주의 절차다. 자유민주주의든 사회민주주의든 민주제도의 본질은 그것이 '이데올로기'인 데 있는 것이 아니고, '프로세스(process)'라는 데 있다. 국가 공동체가 정한 원칙과 제도는 민주적인 다수의 지배로 정당성을 획득하는데, 그러려면 소수자 존중의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다수의 지배는 선거제도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때 정당화된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소수자의 의견은 충분하고 신속하게 검증해야 한다. 선거부정 행위에 대한 검증은 소수자 존중 원칙의 핵심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의 정권 이양과 상관없이, 미 정치권과 의회에서는 미 대선 부정선거에 대한 문제제기와 검증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연방법원과 주법원도 어떤 결론이든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판결하고 있다. 우리 4·15 총선 부정선거에 대한 젊은이들의 계속적인 시위와 200여건이 넘는 공식 제소건을 6개월 넘게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우리 국회와 법원은 얼마나 더 그 자신이 민주절차의 무용지물임을 입증하려 하는가?

부정선거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거대권력이 디지털 세계를 입맛대로 통제하며 스스로의 권력을 재생산해내는 과정이 본질이다. 단순한 정치권력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사회적 이권이 결부돼 있다. 인권, 페미니즘, 환경, 노동, 언론방송, 교육,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정보 등 공공과 민간분야의 네트워크화된 헤게모니를 쥐려는 세력들이 자신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를 잠재우기 위해 집단적 보복을 디지털 수단을 동원해 조용히 행사하고 있다. "파시즘이 미국에 온다면 그건 리버럴리즘(liberalism)의 이름 하에 올 것"이라는 레이건(R. Reagan) 전 미국 대통령의 예언이 한국에서도 실현되는 순간이다.

가장 상식적인 부정선거 검증요구가 정보를 차단당하고 프레임 전쟁으로 둔갑해 순식간에 언론의 시장에서 사장되어버렸다. 중앙선관위 서버 검증은 고사하고서라도 가장 기본적인 선거인명부와 QR코드 조사 및 전자개표기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요구까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던 수많은 참관인, 증인, 유튜버, 지식인,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도 고의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쉬쉬해 이슈를 공론화시키지 않으며 여론전쟁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각종 공식 여론조사는 더 이상 신뢰성을 상실했고, 내외신 보도내용은 견제장치 없이 입맛대로 왜곡되어 대량으로 전달된다. 미디어와 언론은 진실과 원칙을 탐구해 보도하려는 노력은 뒷전이고 헤게모니를 위한 정치적 도구 자체가 되어버렸다.

디지털파시즘이 IT기술 강국인 한국과 미국에 자리 잡아 버렸다. 이제부터 인류는 과거 독재국가에서 벌어진 '공공연한 파시즘'과 가장 민주화한 나라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용한 파시즘(hidden fascism)'간 역사적 체제경쟁까지 지켜보게 됐다. 조용한 파시즘을 완성단계로 이끌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더 그 조용한 위력을 세계 정치 지도자들에게 수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거대 IT기업들과도 연결된 미국의 디지털파시즘 보다는 언론방송의 오프라인 장악에 국한된 한국의 파시즘이 좀 더 위력이 약하다. 미국민 보다는 한국민의 민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엘리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보다 한국의 블랙전사들의 연령대가 젊다. 폭력시위로 변질하기 일쑤인 미국과 달리,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권력의 조용한 테러 앞에서 소중한 진실과 원칙의 등불을 지난 6개월간 평화시위로 지켜온 대한의 젊은이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파시즘을 극복해내는 새로운 역사는 역시 대한민국에서 비롯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정치 속에서도 2021년 새해가 힘차게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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