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전작권 전환 가속화" 딜레마..北·美 틈바구니서 한미연합훈련 규모 해법 찾기 고심

정충신 기자 2021. 1. 2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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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일러스트=연합뉴스)

▲국방부 “남북군사회담 정례화” 밝혔지만 北 화답할지 미지수

▲3월 한미연합훈련 전작권 조기전환에 필수, 남북대화에는 부정적 작용

국방부가 21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업무 보고에서 남북군사회담 정례화 추진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작업 가속화 의지를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국방부는 9·19 남북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고, 남북군사회담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국방부는 이와함께 전작권 전환 작업도 가속화하고,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등 전력태세를 조정하면 반드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결정하도록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군사회담 정례화를 강조한 것은 군사 신뢰 구축과 함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추동력을 되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더욱이 9·19 남북군사합의서가 유효한 상태지만, 남북군사공동위원회(군사공동위) 구성 및 운영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진척이 없기 때문에 남북 군사 당국이 하루빨리 만나 ‘완전한 이행’을 도모하자는 메시지 발신 의미도 있어 보인다.

◇ 국방부, 남북 군사 당국간 대화 의지…“회담에 언제든 나가겠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북한 호응’을 전제로 군사공동위 구성·운영 등 남북군사회담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년이 넘도록 닫혀 있는 군사 당국간 ‘대문’을 여는데 국방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화 채널은 열려 있고 회담에 언제든지 나갈 의지가 있다”며 “군사 문제는 회담이나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이고, 역대 정부에서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남북은 군사합의서 체결 한 달 후인 2018년 10월 26일 제10차 장성급회담 이후 후속 군사회담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군사 소통 채널인 군 통신선마저도 북측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지난해 6월 9일부터 연결하지 않고 있다. 북한군-유엔사 간 직통전화가 현재로선 남북을 잇는 유일한 군사채널로 작동하고 있다.

서 장관이 군사회담 정례화 방편으로 군사공동위를 언급한 것은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목과 연관성이 커 보인다.문 대통령은 당시 회견에서 ‘북한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남북 간에는 한미 합동(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논의하게끔 그렇게 합의가 돼 있다”며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연합훈련은 한·미간 협의할 사항이라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군사합의서 제1조 1항은 군사공동위에서 협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조항은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남북한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계획할 때는 군사공동위를 통해 훈련 일정과 목적 등의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상호 ‘적대적 의사’가 없음을 확인해 우발적인 충돌을 막자는 것이 이 조항의 정신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북은 제10차 장성급회담에서 군사공동위 구성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이견만 확인했다. 남측은 군사공동위 위원장은 1992년 5월 기본합의서를 준용해 차관급(북한 부상급)으로 하고, 분기 1회 회담 추진 방안을 북측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서 장관 희망대로 군사회담 정례화가 실현되려면 북한이 화답해야만 한다.전문가들은 북한이 당분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탐색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점에서 당장 남북 군사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현재 연결하지 않고 있는 군 통신선을 가동하는 것을 관계 회복 의지를 가늠하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견해차’ 있는 전작권 조건평가 조정 여부 관심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인 관심을 높여 전작권 전환을 우선순위로 격상토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전작권 전환이 지체 없이 진행되도록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노력하고, 특히 협의 절차를 가속해 조속한 시일내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미가 진행 중인 전작권 전환 작업은 ‘조건 평가’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노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에는 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확보(조건 1),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조건 2),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충족(조건 3)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돼 있다.

전환 시기는 이 세 가지 조건에 대한 평가와 양국 국방부 장관의 건의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결정한다. 문제는 조건 3이 주관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어 정치적 판단에 좌우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미측에 대해 기존에 합의한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해 전환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므로 조건을 재평가하자고 주장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측의 이런 주장을 수용해 조정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미 양측이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조건)을 가지고 진행해오고 있다”면서 “그런 조건들로 우리가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이 요원해지거나 너무 지연될 경우 그런 부분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미측은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건을 충분히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도 인준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인준된다면 양측의 합의로 2015년 서명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T-P)을 포함해서 전환 상황을 리뷰(review·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원론적 수준의 답변으로 보이지만, 엄격한 조건 충족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재검토 결론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작권검증평가단 요원은 한미가 같은 수의 인원으로 편성했다”면서 “한미가 독립적으로 평가해서 그 결과를 협의로 결정하고 있다. 조건 3에 대해서도 반기 1회씩 한미 정보 당국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은 지난해 8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연습 때 미흡했던 부분이 있어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연습을 다시 하는 방안을 미측과 협의 중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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