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2주전 폭도들 짓밟은 곳에서 "오늘은 민주주의의 날"

조기원 2021. 1. 21. 18: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십만 환영 인파도, 전임자의 환대도 없는 전례 없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었다.

2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워싱턴 연방 의사당 주변에는 날카로운 철조망이 둘러쳐졌다.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랠프 로런의 짙은 푸른색 정장을 차려입은 바이든 대통령은 오전 11시47분께 연방 의사당 서쪽 야외무대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취임식이 열린 연방 의사당은 2주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켰던 폭동의 무대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취임][바이든 취임식 당일 워싱턴]
2주 전 난입 사건 연방 의사당에서 선서
일부 시민들, 통제 속 워싱턴 와서 환영
트럼프 지지자 시위.. 폭력 사태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워싱턴 연방 의사당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수십만 환영 인파도, 전임자의 환대도 없는 전례 없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었다. 2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워싱턴 연방 의사당 주변에는 날카로운 철조망이 둘러쳐졌다. 의사당과 인근 구역에 이르는 도로도 모두 폐쇄됐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관중 45만명이 운집했던 내셔널몰은 봉쇄됐으며, 그 자리에 성조기 19만1500개와 미국 50개 주 및 자치령의 깃발이 꽂혔다. ‘깃발의 들판’으로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은 코로나19와 보안 문제로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미 국민을 대표하기 위해 조성됐다.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랠프 로런의 짙은 푸른색 정장을 차려입은 바이든 대통령은 오전 11시47분께 연방 의사당 서쪽 야외무대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역시 미국 디자이너의 명품 브랜드 마카리안의 옅은 푸른색 계열의 울코트 정장을 차려입고 바이든 곁을 지켰다.

바이든은 1893년부터 가보로 전해져왔다는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했다. 취임식이 열린 연방 의사당은 2주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켰던 폭동의 무대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폭동을 일으킨 폭도들이 국민의 뜻을 잠재우고, 민주주의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우리를 이 신성한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지 며칠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기에 서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경비 태세 강화로 취임식 참석 인원은 예년에 비해 극소수인 1천여명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물론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취임식장 연단 뒤 좌석은 약 1.8m 간격으로 거리두기를 하며 배치됐다.

미국 시민 다수는 생중계 영상으로 취임식을 지켜봐야 했다. 일부 시민만이 삼엄한 통제 속에서도 워싱턴으로 와 제한 구역 밖에서 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워싱턴으로 날아왔다는 이벳 베스트는 “나는 여기에 있어야 했다. 이건 역사다”라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앨라배마에서 취임식을 보기 위해 삼대가 함께 왔다는 티퍼니 웨이드는 <로이터> 통신에 “내 어깨에서 무게 1톤을 덜어낸 느낌”이라고 4년 만의 트럼프 퇴장에 안도했다. 트럼프 지지자의 일부가 이날 워싱턴에서 소규모 항의시위를 열었으나 우려했던 폭력 사태는 없었다. 미시간주에서 왔다는 트럼프 지지자 중 한명은 <로이터>에 “시위대 숫자가 적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취임식 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버락 오바마,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동행했다. 이후 대통령 전용차량을 타고 백악관 인근 재무부 청사까지 가는 길에, 악대가 앞장서고 경호원들이 차량을 호위했다. 간소하나마 거리 퍼레이드를 한 셈이다. 엄격한 출입통제 탓에 거리에는 퍼레이드를 반길 인파가 없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웃음 띤 얼굴로 여러 차례 손을 흔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끔 차단벽 너머 취재진과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 등 일부 당국자에게 뛰어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49분께 백악관에 입성했다.

조기원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garde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