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탈출구 모색하나..'금지 재연장후 일부종목 허용' 부상(종합)
금지 연장 최소 3개월 가능성 높아..관건은 금융위 제도개선안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정은지 기자,한재준 기자 = '뜨거운 감자' 공매도(空賣渡) 논란이 정치 이슈로 비화하면서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단 3월15일 종료될 예정인 공매도 금지를 한시적으로 재연장한 후 대형주 등 일부 종목의 공매도부터 재개하는 절충안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오는 4월7일 서울·부산 시장을 뽑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위상이 높아진 주식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의 공매도 금지 재연장·폐지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동학개미 3명중 1명은 서울과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매도를 영원히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현실 사이에서 나온 타협안으로 읽힌다.
정치권 분위기를 보면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공매도 금지를 최소 3개월 연장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는 연장이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공매도 처벌 조항 등을 담은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이 4월부터 발효되기도 하고 전산시스템도 미리 구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기한에 대해선 "법 개정과 금융위의 제도 개선책이 시장에 투영되는지가 얼마나 필요한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결정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당초 3월15일 공매도 금지조치가 종료될 예정이라고 했던 금융위원회 역시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은 아직은 공식적으로 "시장 상황과 금융위가 마련할 제도 개선 방향을 보고 결정을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벌써 당내에선 절충방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매도 제도를 재연장한 후 제한적으로 일부 종목에만 허용하자는 안이다. 다만 허용 제한 종목의 경우 아직은 논의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 시간을 가지면서 공매도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매도 제도 혁신을 위해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인위적인 시세조정이 어려운 일부 대형 상장기업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자는 것"이라고 적었다.
송 의원은 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300개 대형주로 구성된 KRX300 지수에 편입된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제한적 공매도 허용에서 혁신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매도 완전 금지와 완전 재개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는다면 대형주 공매도 재개 역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의 민주당의 한 의원은 "종목을 제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의 고심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 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고자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그런데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사실상 전유물로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동학개미들이 공매도 금지 연장을 넘어 폐지까지 주장하는 배경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차분하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지만 공매도 논란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거의 하루에 한 건꼴로 금지 조치 연장이나 폐지 요구가 올라올 정도다.
공매도 문제는 금융위에서 결정을 하게 돼 있지만 결국 여당의 입김이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2월 말, 3월 초쯤 당정은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관건 중 하나는 금융위가 내놓을 제도 개선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공매도 재개 조건 중 하나가 제도개선"이라며 "금융위의 안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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