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엔 두 형사뿐.. 범인은 각자의 머릿속에 있다[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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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는 오히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게 한다.
두 형사가 때론 사뭇 진지한 태도로 서류와 노트북을 들춰보며 말하고, 때론 흥분이 가득한 목소리로 허공을 향해 외친다.
완벽하게 깎아낸 얼음 조각처럼 실체를 모두 파악한 것 같은 그 순간에 가장 중요한 '반전'이 제시되며 모두를 헛물 켜게 만든다.
장진이 그의 전작에서 선보였던 전매특허 스타일이 이 연극에서도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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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는 오히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게 한다. 어둡고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들리는 일상의 소리가 갑자기 심장을 뛰게 만들고 소름을 돋게 하듯이 말이다. 그 누군가의 말은 들리지 않지만 거울에 비친 듯 상대의 리액션으로 우린 상상하게 된다. 많은 디테일들이 깎이고 깎인 스릴러 연극 '얼음'은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정사각형의 탁 트인 공간은 어느 지방 경찰서의 취조실이다. 두 형사가 때론 사뭇 진지한 태도로 서류와 노트북을 들춰보며 말하고, 때론 흥분이 가득한 목소리로 허공을 향해 외친다. 독백인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제3의 보이지 않는 인물 18살 소년이 공기 중에 있다. 자신이 좋아했던 두 살 연상의 여성을 여섯 토막으로 살해한 용의자로 말이다. 그가 정말 살인을 저질렀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두 형사는 그 소년을 범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는 독백인 그 대사들을 귀 기울여 따라가다보면 실재하지 않는 그 소년의 형체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진정한 연극은 무대 위가 아닌 머릿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추리와 추리, 의심과 의심, 부인과 부인이 더해지면서 연극은 대미를 향해 나아간다. 가끔은 아재식 '장진 유머'가 양념처럼 더해지는 가운데 관객들은 마치 자신이 명탐정 코난이라도 된 듯 퍼즐 조각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관객들 각자가 만들어 낸 사건의 재구성은 허술하기 그지 없다. 완벽하게 깎아낸 얼음 조각처럼 실체를 모두 파악한 것 같은 그 순간에 가장 중요한 '반전'이 제시되며 모두를 헛물 켜게 만든다.
장진이 그의 전작에서 선보였던 전매특허 스타일이 이 연극에서도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의 팬이라면 조금은 예측 가능한 전개에 "역시"하고 돌아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전을 통해 끝까지 작품에 완결성을 추구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90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치 않게 만드는 웰메이드 작품이다.
한편 이번 공연은 내로라 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 되며 연일 매진을 기록중이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냉혈한 성격의 형사1 역에는 정웅인과 이철민, 박호산이 캐스팅됐고, 거친 말투 속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형사2 역은 이창용, 신성민, 김선호가 맡았다. 공연은 3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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