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수비 중추' 박주호 "전성기 끝? 다시 불태워야죠"
"수원FC에서 K리그 첫 득점 올리고파"
(서귀포=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전성기는 지났지만 한 번 더 불태우고 싶어요. 동기부여를 잃으면 안일해지니까요."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나은·건후·진우 아빠'로 더 유명한 '국대(국가대표) 수비수' 박주호(34)가 새로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제2의 전성기'를 목표로 훈련장에서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고 있다.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단지축구장.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2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승격 플레이오프를 거쳐 K리그1 무대로 올라온 수원FC 선수들은 새 시즌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본격적인 조직력 다지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무려 5년 만에 K리그1 무대로 복귀한 수원FC는 2021년 '1부 생존'을 목표로 대규모 선수 영입에 나섰고, 든든한 뒷문 단속을 위해 국가대표급 수비수들을 데려왔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수비수는 국가대표 왼쪽 풀백 박주호다.
박주호는 2008년 미토 홀리호크(일본)를 통해 프로에 데뷔해 가시마 앤틀러스, 주빌로 이와타를 거쳐 FC바젤(스위스)에 입단하며 유럽에 진출했다.
이어 마인츠와 도르트문트(이상 독일) 등에서도 뛰면서 유럽 무대에서만 10년 동안 활약한 베테랑 수비수다.
A대표팀에서 40경기(1골)나 소화했고, 2018 러시아 월드컵 무대도 밟은 박주호는 2018년 울산 현대를 통해 K리그 무대로 복귀하며 국내 간판 수비수로 입지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울산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본 박주호는 울산과 3년 인연을 마무리하고 올해 '승격팀' 수원FC로 이적하며 축구 인생의 후반기를 불태울 준비를 하고 있다.
훈련에 앞서 숙소에서 만난 박주호는 "울산은 결과를 내야 하는 팀이라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만큼 올해는 전 경기 출전이 목표"라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 이후 큰 부상으로 몸을 회복하기 어려웠다. 경기 출전수도 적어지면서 몸을 끌어올리기도 어려웠다"라며 "수원FC에 합류해 동계훈련부터 함께하면서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올 시즌 기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강등권 탈출'이 당면 목표인 수원FC로 이적한 이유를 묻자 "선수들 사이에서 수원FC가 선수들을 편하게 대우해주고 경기에 집중하게 해준다는 소문이 퍼졌다. 직접 와보니 정말로 분위기가 좋다"고 웃음을 지었다.
박주호는 수비 부담에 대해선 "수원FC는 지난해 운이 좋아서 승격한 게 아니다. K리그2 팀 가운데 최다 득점이었고, 실점도 적었다. 이것이 김도균 감독의 기본 철학이자 팀의 색깔이다. 그것을 극대화하는 게 선수들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팀들이 우리를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수원FC가 내려앉는 축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통산 297경기를 뛰어서 300경기 출전을 앞둔 박주호는 특히 "그동안 내가 뛰었던 해외 리그에서는 우승을 해봤고, 골 맛도 봤다"라며 "지난해 울산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고 수원FC에 합류한 만큼 꼭 골을 넣고 싶다. 이제 K리그 득점만 있으면 축구선수로서 목표도 달성하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 나이로 35세(만 34세)가 되는 박주호는 '제2의 전성기'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솔직히 전성기는 지났죠"라며 웃음을 지은 박주호는 "한 번 더 불태우고 싶다. 2018년 월드컵이 끝나고 난 뒤 동기부여가 떨어지면서 안일해진 것 같았다"라며 "작년에 다시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팀에 온 것이 새롭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라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까지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스스로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런 동기부여를 통해 올 시즌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주호는 특히 "대표팀은 명예롭지만, 부담과 책임이 크다. 그래서 한동안 대표팀에 가지 않았을 때 심리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2019년 동아시안컵 때 대표팀에 합류하고 나서 대표팀의 부담과 압박이 다시 좋게 느껴졌다. 계속할 수 있을 때까지 대표팀에 도전하고 싶다. 힘을 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 '세 아이의 아빠'가 된 박주호는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호는 "세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니 가장의 무게감을 더 느낀다. 방송 프로그램도 매주 나오지만, 촬영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해서 크게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다. 구단에서도 이해해 주신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력이 안 좋으면 방송 탓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선수로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큰딸 나은이도 '새로운 팀에 가서 싸우지 말고 다치지 말아요'라고 얘기해 줬다. 새로운 팀에서 멋지게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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