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해야 빛나는 '브루크너 교향곡'..지휘자 요훔의 해석이 탁월했다

2021. 1. 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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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크너는 이미 신을 찾았고, 말러는 끊임없이 신을 찾고 있다." 지휘자 브루노 발터의 말이다.

인간 주변의 모든 것에서 천상을 향해 오르는 말러의 교향곡에 비해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천상에서 인간을 향해 내려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

요훔은 DG와 EMI, 그리고 (동생 게오르크 루트비히 요훔과 함께 한) 타라 레이블에 각각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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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명반 순례

“브루크너는 이미 신을 찾았고, 말러는 끊임없이 신을 찾고 있다.” 지휘자 브루노 발터의 말이다. 인간 주변의 모든 것에서 천상을 향해 오르는 말러의 교향곡에 비해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천상에서 인간을 향해 내려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 삼림과 호수, 나무와 들꽃, 때로는 구름 위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펼쳐낸다.

지휘자 임헌정은 “브루크너를 지휘하다 보면 보이소프라노의 청순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각적이고 과장에 가까운 다이내믹이 효과를 보는 말러 음악과 달리 브루크너의 음악은 화려한 덧칠을 할수록 초라해진다. 이른바 ‘뽀샵’ 없이 순수하고 소박하게 그려낸 해석을 으뜸으로 친다. 카를 슈리히트, 귄터 반트와 더불어 대표적인 브루크네리안으로 오이겐 요훔(1902~1987)을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훔은 오르가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부친의 뒤를 이었다. 뮌헨 음악원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초연했던 지그문트 폰 하우제거에게 지휘를 배웠다. 요훔은 지휘 인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브루크너의 작품을 성실히 연주했다. 1926년 뮌헨 필을 지휘한 브루크너 교향곡 7번으로 데뷔했다. 1986년 암스테르담에서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은 그의 마지막 콘서트 실황으로, 불멸의 명연주다.

요훔은 DG와 EMI, 그리고 (동생 게오르크 루트비히 요훔과 함께 한) 타라 레이블에 각각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을 남기고 있다. 세 전집을 들어본 뒤 하나만을 꼽기는 어려웠지만 역시 EMI반을 선택했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주로 녹음한 DG 전집에 이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의 EMI 전집은 특유의 목질 사운드가 빛을 발한다.

판본은 노바크 판을 사용했다. 확신에 찬 표현이 지속적으로 쏟아지며 큰 스케일의 화폭을 넘칠 정도로 넉넉히 채운다. 각곡의 뼈대를 담당하는 명성 높은 옛 동독 악단의 금관악기군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교향곡 4번의 안정감은 각별하다. 9번 1악장 초입에서 금관군의 사운드는 페이스트리 빵처럼 층층이 쌓여 있다. 멀리서 압도하며 다가와 가까이에선 고소한 냄새가 퍼지듯 듣는 이를 감싼다. 익숙한 7번과 8번에서 요훔은 소박하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저류에 거대한 에너지를 품은 브루크너 해석의 열쇠를 쥐고 있다. 1번, 3번 등 나머지 곡들도 브루크너 교향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둬야 할 교과서로 통한다.

요훔이 브루크너만 잘했던 건 아니다. 만하임에서 그의 지휘를 격찬했던 푸르트뱅글러와 마찬가지로, 요훔의 베토벤과 브람스 교향곡 해석도 탁월했다.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도 요훔이 알린 작품이다. 동시대의 카라얀이나 뵘에 가렸지만, 요훔은 독일 오스트리아 교향악 전통을 가장 충실히 재현한 명인 중 하나다.

류태형 < 음악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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