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붙' 공모전 수상자 "김민정·유영석 등 피해입은 분들께 사과"

박태우 입력 2021. 1. 21. 17:36 수정 2021. 1. 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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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아무개씨, SNS에 사과문 게재
공모전 주최 기관 '피해기관 공동 대응'

도용한 소설로 5개 문학상을 받고,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이 시행하는 각종 공모전에 리포트 공유 누리집에서 내려받은 자료를 출품해 특허청장상 등 상을 받아 논란이 된 공군 예비역 장교 손아무개(41)씨가 언론 인터뷰에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손씨에게 포상한 공모전 주최 기관 등은 손씨에 대한 법률 대응을 검토 중이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자신이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의 원작자인 김민정 작가를 비롯해,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인용한 노래의 원작자인 작곡가 유영석씨, 각종 공모전 관계자에게 사과했다. 그는 “나로 인해 공모전의 권위에 피해를 드린 것 역시 무슨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부당하게 받았던 상과 부상들은 당연히 반납하는 게 도리고 더하여 제가 져야 할 책임이 추가로 있다면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페이스북이나 각종 인터뷰를 통해 밝힌 허위 경력과 관련해 “능력이 대단하거나 자랑할만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부끄럽지만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며 “전역 후 사회에 순조롭게 복귀 적응하지 못하고 단절된 생활만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바라는 가상의 모습을 그려놓고 그것이 나의 진짜 모습인 양 착각을 하며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군 대위로 복무하면서 ‘국방부 조사본부 산하 사이버범죄수사대 국방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사이버범죄 전문 수사관으로 근무’했다거나, 군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경력은 허위였다.

손씨는 또한 “몇번의 공모전 수상을 통해 그래도 아직 내가 인정받는 부분이 있다는 자존감을 얻고 또 남이 힘들여 이룩한 것들을 도용해 쉽게 저의 능력를 넘어서는 성과와 이득을 얻는 일이 반복되면서 도덕성도 무뎌지고 결국 너무 큰 잘못들을 죄의식 없이 행하는게 반복됐다”고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공모전 수상과 허위 경력을 문제삼는 누리꾼 등에게 자신이 변호사인 처럼 속여,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을 문제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손씨는 “거짓된 성과들이 무너지는 게 두려운 나머지 사건이 이렇게 커진 이후에조차 저의 잘못을 곧장 인정하지 못하고 변명으로 당장의 상황만을 모면해보려고도 했다”며 “오랜 기간 그런 방식으로 살다 보니 현실을 마주할 용기조차 없었다. 저의 잘못을 지적하는 여러분들의 말씀을 보고 들으며 다른 분들에게 제가 얼마나 큰 피해를 드리고 상처를 드렸는지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손씨의 ‘부정 응모’를 가려내지 못하고 손씨에게 포상한 공모전 주최 단체·공공기관들은 손씨에게 민형사상 조처를 할지를 두고 검토 중이다. 거론되는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기 등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피해기관이 워낙 많아서 공동으로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아래는 손씨가 올린 사과문 전문

손○○입니다.
진작에 저의 지난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저때문에 상처받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사죄를 구했어야 하는 줄 잘 알고 있습니다. 변명일 뿐이겠지만 며칠간 쏟아진 언론사나 그동안 제가 부정한 방법으로 수상했던 기관 단체들로부터의 연락에 대응하느라 경황이 없었고 또 너무 큰 잘못을 저질러왔음을 깨닫고 겁도 났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먼저 했어야 할 행동을 이제서야 하게 된 점 너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먼저 소설 무단 표절과 관련해 김민정 작가님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너무 큰 잘못을 저질러서 어떤 식으로 사죄를 드려야 저로 인해 받으신 고통과 피해의 일부분이라도 회복이 되실지 모를 정도입니다. 지금 제가 받는 비난도 결국은 작가님 같은 분들께 씻을 수 없은 상처를 드린 제 행동에서 비롯된 당연한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감히 작가님께 연락을 드릴 처지가 아닌 줄 잘 알고 있습니다. 몇마디 말로 충격과 상처가 가셔질 수도 없겠지만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머리숙여 사죄드리고 저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이제 와서 감히 선처를 구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로 인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으셨을 김민정 작가님께 머리를 조아려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제가 해야 할 최우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사 도용으로 피해와 상처를 드린 유영석 작곡가님께도 사죄드립니다. 예술가의 혼이 담긴 작품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대했던 저의 행동이 너무나 잘못된 것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더구나 경솔하게도 그 문제로 인해 오히려 피해를 입으신 디카시연구소에 소송까지 제기했었던 저의 행동 역시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금일 제기했었던 소는 취하하였습니다.)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의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드려야 할지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또 제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작품을 도용하여 수상하고 경제적 이익을 받았던 작품전, 공모전 관계자 여러분께도 깊이 사죄드립니다. 저로 인해 정당하게 수상했어야 할 상들을 받지 못하셨던 피해자 여러분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로 인해 공모전의 권위에 피해를 드린 것 역시 무슨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부당하게 받았던 상과 부상들은 당연히 반납하는게 도리고 더하여 제가 져야 할 책임이 추가로 있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정말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랑했던 것처럼 능력이 대단하거나 자랑할만한 화려한 경력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부끄럽지만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2017년 전역 후 사회에 순조롭게 복귀 적응하지 못하고 연속된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단절된 생활만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바라는 가상의 모습을 그려놓고 그것이 나의 진짜 모습인양 착각을 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몇번의 공모전 수상을 통해 그래도 아직 내가 인정받는 부분이 있다는 자존감을 얻고 또 남이 힘들여 이룩한 것들을 도용해 쉽게 저의 능력를 넘어서는 성과와 이득을 얻는 일이 반복되면서 도덕성도 무뎌지고 결국 너무 큰 잘못들을 죄의식 없이 행하는게 반복되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이런 허위와 부풀려진 성과들이 무너지는 게 두려운 나머지 사건이 이렇게 커진 이후에 조차 저의 잘못을 곧장 인정하지 못하고 변명으로 당장의 상황만을 모면해보려고도 했었습니다. 심지어 정당한 이유로 저의 잘못을 지적하는 분들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기간 그런 방식으로 살다보니 현실을 마주할 용기조차 없었습니다. 저의 잘못을 지적하는 여러분들의 말씀을 보고 들으며 다른 분들에게 제가 얼마나 큰 피해를 드리고 상처를 드렸는지 깨닫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겪는 일들은 제 이기심에서 비롯된 부도덕과 비양심의 응당한 결과입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입니다.
이번 일들을 깊게 반성하고 저때문에 피해 입으신 분들께도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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