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이름을 공모합니다"..3개월 후 결과가 "용산공원"

허남설 기자 2021. 1. 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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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1호 국가공원 용산공원 조성 예정지인 옛 용산미군기지 전경. 이석우 기자


| 1000만원 걸고 공모전·국민투표 거쳤는데

| 최종 이름은 결국 다시 ‘용산공원’…이유는

| “관련 법령과 국민참여 유도 효과 고려”

‘돌고 돌아 용산공원’. 서울 용산미군기지 터에 조성하는 국가공원 용산공원의 이름이 ‘용산공원’이 됐다. 1000만원에 이르는 상금에 노트북 컴퓨터, 로봇 청소기, 치킨·피자·커피 교환권 등 경품을 걸고 명칭 공모전과 국민참여투표까지 진행했지만 결과는 도로 ‘용산공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16일 국토교통부,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합동 보도자료를 내고 “116년 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올 첫 번째 국가공원인 용산공원의 정식이름이 국민공모를 통해 기존 명칭인 ‘용산공원’으로 정해졌다”고 밝혔다. 용산공원은 용산미군기지 자리에 만드는 생태자연공원으로, 이 세 기관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가공원 조성 사업이다.

‘용산공원’은 2005년 미군기지를 공원화한다는 계획이 나왔을 당시부터 공공연하게 사용한 이름이다. 공원 설계 공모전 등 공식 행사에서도 줄곧 용산공원이라는 이름을 썼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추진위)는 “용산공원에 대한 이미지 제고 및 누구나 쉽고 친숙하게 기억될 수 있는 이름을 찾는다”며 공모전을 열었다.

추진위는 3가지 심사기준을 내걸었다. ‘적합성: 용산공원 조성 의미와 지향에 부합하는가’, ‘대중성: 국민들이 쉽게 기억하고 부를 수 있는가’, ‘독창성: 다른 공원들과 차별화되는 독창성을 지녔는가’ 등이다. 상과 상금도 걸었다. 추진위원장상(500만원), 국토부 장관상(200만원), 서울시장상(200만원), LH 사장상(100만원), 특별상(50만원), 입선(상품) 등이다.

공모전은 ‘흥행’했다. 마감일인 12월4일까지 9401건이 접수됐다. 전문가로 꾸렸다는 심사위원회가 12월5~8일 접수안을 심사했고, 추진위는 여기서 선정한 이름 4개를 12월23일부터 지난 13일까지 국민투표에 붙였다. ‘용산국가공원’, ‘용산늘품공원’, ‘용산미르뫼공원’, ‘용산열린공원’이다. 제1호 국가공원의 의미를 강조하거나, 순우리말을 곁들인 이름들이다.

하지만 공모에 접수되지 않은 이름 하나도 투표 대상에 꼈다. 그게 바로 ‘용산공원’이다. 추진위는 용산공원을 ‘후보 1번’에 넣으면서 “10여년 간 사용돼 친숙하고 부르기 쉬우며 직관적으로 대상이 떠올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상작은 투표결과와 심사위원 평가를 종합해 선정한다”고 했다. 단, 이 명칭은 시상 대상에서는 제외한다고 했다.

용산공원 명칭 공모전 결과. 블로그 ‘용산공원 스토리’


최종 결과는 공개된 바와 같다. 1위는 용산공원. 추진위는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 선호도 조사를 합산한 종합점수가 가장 높은 ‘용산공원’을 최종 의결했다”면서 “기타 우수 제안들은 공원의 들판·언덕·호수·마당 등, 공원 세부 지명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용산공원을 선정한 변은 마찬가지였다. ‘10여년 간 사용돼 친숙하고 부르기 쉬우며 직관적으로 대상이 떠올려짐’. 다만 공지한 대로 시상은 없었다.

2~5위는 용산열린공원, 용산미르뫼공원, 용산늘품공원, 용산국가공원이 순서대로 차지했다. 이 이름을 제출한 시민들에게는 상장과 상금이 수여됐다.

이 공모 결과는 뒤늦게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이름을 용산공원이라고 정하면 공모전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용산공원 공식 SNS(페이스북)가 21일 게시한 공모전 결과를 두고 ‘기껏 예산을 들여 다시 원상복귀’ 같은 반응이 나왔다. 게시물은 현재 사라진 상태다.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법령에 따라서 공모전을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명칭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6조는 ‘공모 등의 방법으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용산공원의 명칭을 따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공원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고려해서 추진한 것”이라면서 “9410건이 접수됐고 홈페이지에도 10만명 넘게 방문해서 활발한 국민적 참여와 관심 속에 이름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산공원이란 이름을 배제한 상태에서 공모전을 했다기 보다는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최종 명칭을 정하고자 하는 취지가 크다”면서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효과도 고려했다”고 했다. 공모전을 시작한 지난해 10월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 “공모전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용산공원에 어울리는 이름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원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확대”라고 적힌 점도 강조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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