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강행땐 韓증시 투자 축소"
"주주가치 훼손 우려된다"
정부·여당 연일 "입법 필요"
◆ 이익공유제·손실보상법 논란 ◆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할 경우 모처럼 활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장에서 이익공유제 추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외국계 출자자(LP)의 투자를 받고 있는 한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PEF) 대표는 21일 "PEF 출자자가 외국계일 경우에는 투자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 LP들은 외국계 연기금이나 글로벌 보험사, 국부펀드 등일 텐데 회사가 세법 등 근거가 있는 정해진 룰에 따라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란 명목 아래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반강제적으로 특정 금액을 이익공유제란 이름으로 지출했을 경우 이들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건전한 명분이지만, 기업이 거둔 이익을 기부로 유도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득이 줄어들게 돼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는 "이익공유제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뺄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동학개미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들 반발과 투자자들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연일 이익공유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작년 은행권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며 "상생·협력·연대에 함께 노력해줄 것을 다시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홍 정책위의장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에 차이가 늘어난 점, 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 등에 공적자금 160조원이 투입된 사례 등을 거론하며 "금융 부문은 공적 기능을 확대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영끌' '빚투' 흐름 속에 이자수익 등으로 실적을 낸 은행들이 위기 극복에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다.
[강두순 기자 / 채종원 기자]
이익공유제 부작용 우려 봇물
외국기업에 적용 땐 분쟁 우려
국내기업만 강제하면 역차별
코로나 수혜·피해 구분도 모호
與, 플랫폼기업과 간담회 무산
카카오페이·배민 등 참석 난색
대신 22일 IT단체들과 간담회
이날 자동차·기계·섬유 등 15개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이사회를 열어 채택한 '이익공유제에 대한 건의문'을 통해 "객관적·과학적 근거 없이 영업이익을 피해 기업 등과 공유하는 경우 기업 활동으로 인한 이익은 주주의 권리로 인정되는 현행 법 체제하에서는 경영층이 아무 관련이 없는 기업이나 계층과 이익을 공유한 결과가 돼 이들에 대한 배임죄 적용과 소송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KIAF는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은 방법을 도입하고 이를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기업에 적용하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분쟁이 발생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국내 기업에만 적용돼 외국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이 역차별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KIAF는 "코로나19로 인한 수혜·피해 기업 등 주체와 대상, 코로나19로 인한 수혜나 피해 범위 등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도 했다. 예컨대 미국 공유숙박 플랫폼 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로 국제 관광 수요가 거의 사라져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런데 국내 근거리 관광이 늘어나는 새로운 추세를 포착해 인근 호텔이나 식당 등 정보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새롭게 개편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수혜 기업인지, 피해 기업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정만기 KIAF 회장은 "에어비앤비의 영업이익이 코로나19 혜택이라고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국내 기업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지난해 수수료 인하와 면제, 무료 소프트웨어 배포, 학생들의 온라인 교육 지원, 서비스 내 QR코드 체크인이나 마스크 재고량 검색 지원 등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플랫폼 기업이 대신 해준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 와서 탐욕적 기업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기업들의 이용량은 늘어났지만 이용량 증가가 반드시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쿠팡, 마켓컬리 등 새벽배송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이용량이 급증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기업들은 '공정경제 3법' 처리 때처럼 기업과 소통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되는 문제점이 제일 심각한 점이라고 꼽았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업계와 소통이 전무하다"며 "정치권이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팔을 비트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여당 지도부가 집중적으로 타깃으로 삼은 은행권도 부글부글하는 모습이다. 은행권은 "이익공유제가 아니라 이익몰수제"라는 반응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금융 부실 우려가 커지는 마당에 이익 공유라는 포퓰리즘을 위해 그나마 유지한 금융권 재무 리스크를 담보로 잡겠다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주주가 사실상 외국인인데 주주 이익을 회사와 관련 없는 사람과 나누겠다는 발상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고 이사들은 배임으로 고발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익공유제를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이 플랫폼 대기업들과 간담회를 열려다가 무산됐다. 이날 민주당에 따르면 당 지도부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배달의민족, 라이엇게임즈 등 4개 플랫폼 기업이 만나는 간담회를 추진했지만 이들 기업이 난색을 보이면서 무산됐다. 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려고 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개별 기업 대신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소속된 단체들을 22일 만나 입장을 듣기로 했다.
[문일호 기자 / 서동철 기자 / 오대석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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