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인문학] 그 많던 악동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박진영 성균관대 교수·국어국문학
감시와 교정의 대상이었던 부랑아
허클베리핀은 자유·평등의 상징
제국주의 반대 원작자 사상 담겨
식민지 조선서 꾸러기였던 막동이
모범생 변신·美유학 출세길 선택
결국 길들여진 성공담 웬지 씁쓸
과연 톰소여는 어떤 어른이 됐을까
어느새 어른이 되고 자식을 키우다 보면 그런 생각일랑 싹 가시게 마련이다. 새해 첫새벽 해맞이를 하면서 한가위 보름달 우러러보며 반듯하게만 자라달라고 빌고 또 빈 것은 분명 진심이었다. 고백을 곁들이자면 그러면서도 내 아들딸이 공부 잘하기를, 좋은 대학 들어가기를 마음 한구석에서 간절히 바라 마지않았다. 어느 부모인들 안 그렇겠는가마는.
이런 소년이라면 어떤가. 하루라도 회초리 면할 날 없는 천하의 개구쟁이에다 타고난 말썽꾼. 담배 피우는 떠돌이 불량소년의 단짝 친구. 그저 못된 해적이 되고 싶어 뗏목 타고 가출했다 지루해져서 자기 장례식 날 돌아왔다가 한밤중 공동묘지에서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여자 친구 꾀어서 동굴 탐험하다 갇히는 바람에 일생일대의 모험에 뛰어든 고아. 다행히 끝은 좋다. 드디어 보물을 찾았으니까.
천방지축 악동이 벌이는 질색할 만한 한바탕 소동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이를테면 금강산 자락 두메산골에 사는 막동이도 만만찮다. 이모 대신 할머니 손에 자라고 누이동생 이쁜이가 있을 뿐 영락없는 톰 소여다. 허클베리 핀 대신 떠돌이 유돌이와 어울려 다닌다. 두메산골에도 회초리를 휘두르는 대머리 선생님이 있다. 보물에 눈먼 살인범도 있고 흥미진진한 금강산 동굴 속 모험도 기다리고 있다.
방인근은 톰 소여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소영웅’이라는 제목으로 옮겼다. 모범 소년이나 우등생이 아니라 악동이 주인공으로 나서기는 한국 문학사에서 막동이가 단연 최초다. 그런데 방인근은 톰 소여의 소년 시대를 다시 썼을 뿐 아니라 막동이만의 뒷이야기를 이어 썼다.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은 과연 훌륭한 어른으로 자랐을까. 막동이의 화려한 성공담은 왜 씁쓸할까. 그 아이들의 미래를 궁금하게 여기는 우리는 어쩌면 교사의 눈초리, 부모의 목소리로 지금의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내고 있기 십상이다. 문학조차, 상상의 세계에서조차 악동을 따뜻하게 품지 못한다면 대체 그 많던 악동들은 다 어디로 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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