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굴레 허덕이는 20대 젊은이들..워크아웃 신청 급증

이새하 2021. 1. 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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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취업문턱 높아져
지난해 전년대비 11.6% 늘어
일감 끊긴 일용직 13% 증가
자영업자는 오히려 5.1% 줄어
#혼자 서울 원룸에 사는 김 모씨(26)는 동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해왔다. 김씨는 조금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자 지난해 3월 한 대학 중국어학과에 입학했다. 남들보단 늦었지만 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문제는 아르바이트만으로 학자금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급한 대로 여기저기에서 돈을 빌려 '돌려 막기'를 했으나 결국 빚만 2500만원으로 늘어났다. 김씨는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고, 대학 졸업 때까지 약 40개월 동안 빚 상환이 유예됐다.

코로나19로 취업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20대 청년들이 빚의 굴레에 허덕이고 있다. 학자금이나 생활비를 빌린 뒤 갚지 못해 개인워크아웃 절차를 밟는 20대가 전년 대비 11%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코로나발 경제 악화로 '약한 고리'인 일용직 근로자의 워크아웃 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복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워크아웃이 확정된 20대 청년은 작년(8568명)보다 11.6% 늘어난 9566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 보면 2018년(0.3%), 2019년(5%)에는 한 자릿수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갑자기 10%대로 뛰었다. 개인워크아웃은 빚을 갚기 어려운 대출자를 위해 채무 감면과 상환 기간 연장 등으로 빚 상환을 돕는 제도다.

특히 지난해 20대 이상 개인워크아웃 확정자 증가율이 높았던 이유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취업 문을 걸어 잠근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4만6000명 줄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기업들이 코로나19로 거의 채용을 안 했고 20대들이 어쩔 수 없이 불안정한 일로 경제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복위 관계자는 "20대는 보통 구직 활동이 길어지면서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 때문에 워크아웃을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일자리가 불안정한 일용직 근로자와 무직자 등 서민을 특히 파고들었다. 지난해 개인워크아웃 확정자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직업군은 일용직 근로자로, 1년 만에 13.1% 증가한 4만1927명을 기록했다. 무직자 확정자도 2018년 5854명, 2019년 7615명, 지난해 8514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자영업자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 일용직 근로자 고용을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급여소득자도 2018년 2만1827명에서 2019년 2만3794명, 지난해 2만434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자영업자 개인워크아웃 확정자는 지난해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9년 7605명이었던 워크아웃 확정자는 지난해 7213명으로 5.2% 줄어들었다. 2019년 7605명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크다. 이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이뤄져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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