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레벨업', 유한 폐암 신약 주목할 점 3가지

노희준 2021. 1. 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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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제약회사와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 모델
3상 성공 가능성 및 블록버스터 가능성 높여
기술수출 '반전 드라마' 반환 뒤 가치 10배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31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 받은 유한양행(000100)의 첫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개발 과정과 실적 면에서 국산 신약 개발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렉라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특정 유전자(EGFR T790M)에 변이가 있는 비(非)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2차 치료제란 질병 진단 이후 첫 번째로 처방되는 1차 치료제에 대한 내성 등으로 약이 더 이상 들지 않을 때 사용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21일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렉라자는 우선 개발 과정에서 기존 국내 신약과 차별점을 갖는다. 기존에는 제약회사들이 신약 후보물질을 찾은 뒤 직접 개발했다. 이렇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설사 해당 약이 허가를 받더라도 내수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30개의 국산 신약 가운데 연간 1000억원을 넘는 신약은 보령제약(003850)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와 LG화학(051910)의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 제품군뿐이다. 해외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신약도 없다.

반면 렉라자는 국내외 제약 바이오회사와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개발한 약이다. 유한양행은 우선 ‘똘똘한’ 후보물질을 국내 바이오벤처에서 도입했다. 2015년 전임상 직전 단계에 있는 레이저티닙(렉라자의 성분명)을 오스코텍에서 도입했다. 유한양행은 이후 물질 최적화와 공정 개발, 전임상을 통해 물질 가치를 더 높인 뒤 1/2상 임상을 통해 국내에서 3상 자료를 이후 제출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신약을 혼자 개발하면 큰 이익을 모두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개발 실패에 대한 위험을 홀로 떠안아야한다. 2019년에 헬릭스미스, 신라젠 등이 독자 임상 3상을 하다 실패를 겪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면 임상 시간을 줄이고 리스크를 줄이면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바이오벤처와의 이익 공유를 통해 연구 개발 전체의 생태계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19년 국내 100% 독자개발로 FDA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2001년부터 연구가 시작돼 허가까지 20년 가까이 걸렸다.

유한양행은 한걸음 더 나가 임상 1/2상을 진행하던 중 2018년에 얀센에 렉라자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임상 3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제약시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얀센은 현재 레이저티닙과 자사의 또다른 항암 항체 치료제(아미반타맙)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중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렉라자가 단독 또는 병용요법을 통해 최대 5억6900만달러(6247억원)의 연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임상 3상 결과가 잘 나오면 더 고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저티닙의 기술수출에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얀센에 앞서 중국으로 기술수출했다가 다시 돌려받은 적이 있어서다. 유한양행은 2016년 7월 중국의 제약사 뤄신에 전임상 완료단계에서 레이저티닙을 이전했다. 당시 총 계약규모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합쳐 최대 1500억원 수준이었다. 뤄신은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고 지친 유한양행 같은해 12월 계약을 해지했다. 업계는 사드 문제로 인한 한중 관계 악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유한양행에 결과적으로 더 좋은 약이 됐다. 약 1년 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에 10배의 가치인 1조5000억원 규모로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에 빈번하게 생기는 기술반환 등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고 기술수출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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