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 8년간 오히려 11% 하락.."사회적 합의로 정상화해야"

함지현 2021. 1. 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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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대책 비용 택배사 부담..택배 요금서 충당할 듯
작년 택배 평균 비용 역대 최저 전망.."품질 저하 우려"
구조 원인 탓.."정부·화주·업체 등 개선 공감대 필요"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국가 기간 산업으로 자리 잡은 택배 산업이 낮은 택배비와 업계에 만연한 불공정한 백마진(리베이트) 관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1일 택배업계 노사가 합의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에 대한 비용까지 떠안게 돼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에 택배기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도 서비스의 품질과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택배 가격 정상화와 구조적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택배 평균 단가 2012년 2506원→작년 2221원

21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발표한 1차 합의문에는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택배기사의 작업 범위 및 분류전담인력의 투입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 수수료 지급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조건 설정 △택배비 ·택배 요금 거래구조 개선 △설 명절 성수기 특별대책 마련 △표준계약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택배사가 부담한다.

현재 택배 요금은 택배회사, 영업점, 택배기사 등 주체와 터미널 운영 작업 인건비, 간선 차량 운행비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이번 합의를 이행하거나 향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각 택배 기사의 배송 물량은 줄어들게 되고 택배 분류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용은 결국 택배 요금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택배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해왔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공개된 통계상 첫해인 2012년 택배사가 받는 택배비 평균단가는 2506원이다. 이후 2013년 2475원, 2014년 2449원, 2015년 2309원, 2016년 2318원, 2017년 2248원, 2018년 2229원으로 매년 줄었다.

2019년 2269원으로 다소 올랐는데 지난해는 다시 역대 최저인 2221원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요금에 대한 현실화가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실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적정 요금을 정하지 않으면 결국 택배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쟁 심화·잘못된 거래 관행 등 구조적 문제로 가격 하락

택배 가격이 매년 떨어지는 이유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 우선 택배사의 경쟁 심화다.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온라인으로 상품 판매가 활발해지자 업계는 활황인 듯 보인다. 하지만 택배사는 화주의 택배 물량을 입찰을 거쳐 따내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타사와의 가격 경쟁이 필수다.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보다 일단 물량을 따 내는 게 우선이라 낮은 가격을 써서 계약을 하게 된다.

잘못된 거래 관행이 만연하다는 비판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객으로부터 택배비로 2500원을 받지만, 전액을 택배비로 택배사에 지급하기보다 일부 차액을 남기고 택배사에는 1500~1700원 정도만 지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주장이다.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인 택배사에 공공연하게 이런 ‘백마진’(리베이트)를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

정부·국회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택배 산업은 국내서 약 30년 동안 이어져 왔음에도 지금까지 법적·제도적 정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가 돼서야 비로소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언택트 시대 물류의 중심이 된 택배 가격을 단순히 시장 논리로만 보고 적정 요금을 형성하는 데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의 태도 역시 문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택배 산업의 구조적 문제 개선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 등 화주와 사업자, 종사자뿐 아니라 정부와 고객 등에 이르는 전방위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사회적 합의 기구는 택배비·택배 요금 거래구조 개선을 위해 △거래구조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를 통해 올해 상반기 안에 상생 방안 마련 △택배 운임 현실화 △택배비 명목의 요금은 택배 사업자에게 온전히 지급 등을 명시했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택배회사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고 사회적 합의로 조금씩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문에 포함된 것처럼 연구용역을 통해 나온 결과를 가지고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계속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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