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특단대책 벌써 무섭다"..집값 대책 때마다 매번 올라

김동은,유준호 2021. 1. 21.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文정부 부동산대책 오답노트
세입자 위하겠다던 임대차법
시행후 서울전셋값 15% 급등
보유세·양도세 동시에 올리자
증여 늘고 세입자에 부담 전가
"공공재개발에 꽂혀 惡手 말고
잘못된 정책 고칠 생각부터"

◆ 부동산 헛발질 이제 그만 ◆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파인애플상가 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정부 부동산 대책을 규탄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의 입장문이 붙어 있다. [이충우 기자]
지금껏 시장은 정부에 '충분한 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런데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자 '걱정스럽다'는 반응부터 나왔다. 시장이 원한 건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상식적인 대책인데 반시장적인 악수(惡手)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실제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대책이길래 특단이란 표현까지 쓰는가' '공급을 늘리겠다길래 기대했는데 황당한 정책이 나올 태세다' 등 의견이 오가고 있다. '1가구 1주택법 나오나' '1인 가구 금지법 만드나' 등 조롱 섞인 글마저 올라온다.

부동산 정책이 이처럼 신뢰를 잃은 건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다. 패턴은 늘 똑같았다. 먼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정책들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그런 뒤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 '투기 세력의 장난이다' '유동성 때문에 전 세계 부동산이 다 올랐다' 등 핑계를 댄다. 대표적 사례로 '임대차법' 강행을 꼽을 수 있다. 전셋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지난해 7월 31일 도입한 임대차법은 큰 혼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법안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법을 밀어붙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새로운 임차인을 맞는 집주인들은 4년치 전세금 인상분을 미리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했다.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전셋값이 급등했다. 경제 정책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임대차법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21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지난 7월 4억9922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2월 5억7582만원으로 7660만원(15.34%) 급등했다. 2017년 9월부터 2020년 7월까지 35개월간 상승폭 15.00%보다 높은 수치다.

이뿐만 아니다. 치솟는 전셋값은 주택 매매가격도 밀어올렸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차라리 집을 사자'로 계획을 바꾸면서 수도권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7월 9억5033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10억4299만원으로 평균 9266만원(9.75%) 상승했다. 서울 중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8.56% 급등했다.

부작용만 초래한 또 다른 정책으로는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 동시 인상을 꼽을 수 있다. 세금을 올리면 견디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것이고 그럼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계산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많은 다주택자가 '버티기' 혹은 '증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2020년 서울의 아파트 증여는 2만3657건으로 2019년 1만2514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더해 일부 시장에 나온 다주택자 매물은 '패닉바잉(공황 구매)'에 나선 무주택자들이 고가에 매입해 가격 하락 효과도 없었다. 하지만 여당은 국민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증여세를 높여 증여를 막자"며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급격히 올리거나 현금이 들어오는 반전세·월세로 임대 방식을 바꾸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밖에 조정대상지역 지정 남발로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된 주변 집값이 한꺼번에 오르는 풍선효과를 초래한 것도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단의 대책이 뭔지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다. 최근 공공재개발 후보로 선정된 지역의 상가 소유주 A씨는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해 반대하는 주민의 토지를 수용하는 방법 등을 쓰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려면 주택·상가 등 토지 소유자 중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고 전체 토지면적의 절반 이상 소유자가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성사시키기 위해 소수 주민의 동의만으로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낮추고, 반대하는 주민이 소유한 땅은 헐값에 살 권리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 전문가는 "공산국가가 아닌 한 그런 방법을 쓸 수는 없다"며 "다만 그런 우려가 있다는 건 정부가 내놓았던 정책이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에 내놓을 대책은 '공급 중심'이란 점에서 방향 설정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급에 대한 신호를 대통령이 직접 준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주택의 질과 수량, 그리고 공급 시기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는 시점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껏 내놓았던 정책 가운데 어떤 정책이 효과가 있었고 어떤 정책이 효과가 없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먼저"라며 "잘못된 정책은 뒤늦게라도 바로잡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진짜 특단의 대책"이라고 조언했다.

[김동은 기자 /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