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자회사 주가 급등에 지주사 주가도 활짝

이경은 기자 2021. 1. 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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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특별한 공시가 없었는데 주가가 15%나 올랐네요.” (한화그룹 관계자)

21일 서울 증시에서 한화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화 주식이 15.1% 오른 3만6150원에 마감하며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날 주가 급등에 힘입어 한화는 11개 상장 지주사 가운데 올해 수익률 기준으로 SK, LG에 이어 3위(28%)에 올랐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지분 가치가 부각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화가 보유 중인 3개 상장 자회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생명)의 지분 가치는 최근 주가 상승으로 4조7000억원까지 커졌다. 그런데 이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의 시총은 2조7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유 지분 가치보다도 저평가됐다”며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이승환 미래에셋대우 목동WM센터 PB는 “지금까지 지주사는 승계 이슈 때문에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지분 가치가 높아도 주가가 눌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자회사와의 시총 격차가 너무 벌어지자 저평가돼있으면서 배당 매력이 있는 지주사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 PB는 “지주사들이 보유한 자회사에는 미래 성장성이 밝은 친환경, 수소차, 전기차, 바이오, 자율주행 등 대표 주자들이 많으므로, 지주사에 투자하면 자동으로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올해 5대 그룹 시총 131조원 증가

최근 국내 증시는 대형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재계 5대 그룹(삼성, SK, LG, 현대차, 롯데)의 68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0일 기준 1260조원으로, 올 들어서만 131조원이 늘었다.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지난해 연간 시총 증가분(331조원)의 40% 수준이 늘어났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금리,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대형 기업들의 독식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주 주가가 호조를 보이면서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그룹주 펀드도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현대차, LG 등 기타 그룹주 펀드는 14%대 수익률을 보였고, 삼성그룹주 펀드는 7%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새해에도 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룹주 펀드는 오히려 1100억원대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대형주 강세 현상에 증권업계도 그룹주 랩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에 LG그룹랩과 SK그룹랩을 출시했는데, 모두 690억원이 팔렸다.

한화그룹이 일상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소개하는 디지털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일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술-탄소 줄이는 기술' 캠페인 영상.

◊SK와 LG는 훨훨... 명암 엇갈리는 지주사

‘만년 저평가'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던 지주사는 올해 재평가 국면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지주사 주가가 오르고 있는 건 아니다. 신성장 사업을 펼치며 미래를 일궈가는 지주사들은 주가에 날개가 달렸지만, 실적 악화를 겪는 지주사들은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SK와 LG는 각각 42%, 32% 오르며 11개 지주사 중에 선두를 달렸다. 한화가 28%로 3위에 올랐고, CJ도 18% 오르며 두 자릿수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롯데지주는 코스피 3100시대가 열렸는데도 올해 2% 상승에 그쳤고, 효성은 마이너스 수익률(-1%)이었다.

소형 지주사 중에서는 작년 초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매일유업 지분을 31% 보유 중인 모회사 매일홀딩스는 이날 시가총액이 1200억원으로, 매일유업 시총(5900억원)의 20%에 불과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분위기인 만큼, 지주사 중에서도 신성장 사업이나 배당 확대 등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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