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셀, 진단키트 원료물질 세계 1위..매출 2배 '쑥'

김병호 2021. 1. 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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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클레오시드' 80% 공급
RNA 핵산치료제에도 사용
사업성 불투명 경쟁사 포기속
파미셀, M&A로 정면돌파
해외 업체 연계로 영토확장

◆ 2021 신년기획 Rebuild 글로벌 넘버원 K바이오 ③ ◆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업체인 파미셀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실적이 크게 성장했다. 2002년 설립된 파미셀은 매년 적자를 내다가 2018년 3억원의 첫 영업이익을 봤지만 지난해엔 상반기에만 4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시약)뿐만 아니라 최근 각광받고 있는 리보핵산(RNA) 기반 핵산 치료제에 파미셀이 생산하는 원료 의약품 '뉴클레오시드'가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파미셀이 미국 제약사 써모피셔와 독일 머크에 뉴클레오시드를 수출하면 이들 회사가 일부 가공 작업을 거쳐 진단키트나 핵산 치료제를 만드는 또 다른 글로벌 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만 3분기까지 뉴클레오시드 누적 매출액은 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고지혈증 치료제 '인클리시란'에 들어가는 전체 원료물질 가운데 파미셀의 뉴클레오시드 비중은 70%가 넘는다. 인클리시란은 RNA 조각을 활용해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 생성을 차단하는 'RNA 간섭(i)'이라는 최신 기술에 기반한 치료제다. 파미셀에서 뉴클레오시드를 받아 써모피셔와 애질런트가 중간에 두 차례 가공한 뒤 노바티스에 넘겨 인클리시란을 최종 생산한다. 지난해 유럽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인클리시란 매출은 2026년 21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인클리시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원료 공급 사이클의 맨 앞단에 놓인 파미셀의 뉴클레오시드 수출 역시 덩달아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파미셀 관계자는 "전 세계 진단·의약용 뉴클레오시드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80% 이상 점유율을 갖고 있다"며 "국내 업체가 특정 원료 물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강조했다.

파미셀의 전문 분야는 줄기세포 치료제로 뉴클레오시드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바이오의약품과는 정반대인 화학 원료 물질이다. 파미셀이 개발한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는 2011년 7월 국내 최초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당시 해외에도 줄기세포 치료제는 없었던 만큼 당연히 세계 최초다. 이처럼 줄기세포라는 전문성이 확고했던 파미셀이 뉴클레오시드에서 글로벌 1위가 된 것은 남들이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했을 때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A)로 기술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부터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는 RNA간섭 기술을 활용한 일명 '안티센스(Antisense)' 신약 개발이 붐을 이뤘다. 안티센스 의약품은 결함이 있는 RNA에 붙어 그 작동을 막음으로써 발병을 억제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통해 그동안 고치지 못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희망으로 떠올랐다. 거기에 들어가는 원료 물질이 바로 뉴클레오시드였다. 하지만 1998년 세계 최초로 나온 안티센스 의약품인 '비트라빈'이 상업적 성공에 실패하면서 뉴클레오시드에 뛰어든 업체들은 역풍을 맞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RNA간섭 기술은 의약품 개발에 쓰이기에는 원리적으로 확고하지 못했기 때문에 안티센스 의약품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일었다. 이에 뉴클레오시드를 생산·개발 중인 국내외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사업을 포기했다. 반면 파미셀은 뉴클레오시드를 생산해 써모피셔 등에 납품하던 국내 업체 아이디비켐을 2013년 흡수합병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뉴클레오시드와 mPEG 같은 합성 원료 물질을 생산하는 케미컬사업부를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바이오사업부와 별개로 설치했다. 케미컬사업부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줄기세포 치료제 R&D 역량을 강화하는 데 쓰기 위한 의도였다.

이후 파미셀은 뉴클레오시드 종류를 20종으로 늘리고 품질 개선 작업을 본격화했다. RNA 간섭 치료제용 신규 제조 기술 개발, 분자진단을 위한 대량생산 기술 개발 등 정부 기관이 발주한 사업을 수차례 수행하면서 뉴클레오시드 기술력을 높여갔다. 뉴클레오시드 일부 제품은 일반적인 화학 합성법만으로는 제조가 불가능하고 생물학적 엔자임(효소)을 이용한 공정과 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파미셀은 타사와 비교해 뉴클레오시드에 들어가는 엔자임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이 사업화에 큰 도움이 됐다. 또한 높은 품질과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도 확보했다. 2018년 공장을 증설한 뒤 지난해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106억원을 투자해 추가 증설 작업을 하고 있다. 연내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향후 판매 규모는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 밖에 지난 20년간 써모피셔, 머크 등과 계속된 공급 계약을 통해 신뢰를 쌓으면서 안정적인 해외 공급 기반을 갖춘 것도 파미셀의 강점이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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