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ISA 인기 갈수록 시들.. 문턱 낮췄지만 반등은 글쎄
2016년 3월 출시 이후 ‘절세(節稅)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한때 가입 열풍이 불었던 은행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금융 소비자들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장롱 통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ISA는 통장 하나로 예금과 적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주가연계증권(ELS) 같은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린다. 올해부터는 증시에 상장한 주식에도 투자할 수 있다. 여기에 만기까지 가지고만 있으면 수익금의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그 이상 초과분은 9.9%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절세에 목마른 금융 소비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인기는 잠시 뿐, 연간 한도 2000만원까지 꽉 채워 굴려봐야 이자소득세 감면액은 몇 만원에 불과하고, 투자 원금을 5년간 빼지 못한다하는 제약이 알려지자 ISA 투자 열기는 순식간에 식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 ISA 총 가입자 수는 출시 2년이 지난 2018년 말 199만311명을 기점으로 2019년 말 192만3011명, 2020년 말(11월 기준) 179만4895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매년 6~7%가량 꾸준히 줄어든 셈이다.
당국은 올해 조세특례제한법까지 개정해가면서 저금리 시대 효율적인 자산 관리 수단으로 ISA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필요할 때마다 해외 제도를 베껴서 갖다 붙이다 보니 금융상품 비과세·감면 제도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누더기처럼 복잡해졌는데, ISA를 쓰면 비과세 혜택을 효율적으로 줄 수 있다"며 "일본이나 영국같은 금융 선진국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평생 ISA로 나이에 걸맞는 세제 혜택을 누린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ISA 가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이전에는 소득이 있어야만 ISA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만 15세 이상이라고 해도 직전연도에 근로소득이 있다면 가입 자격이 생긴다. 의무 보유 만기 기간도 이전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목돈이 오래 묶여있다는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을 받아들인 결과다.
또 계좌가 만기되면 무조건 해지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가입자가 원할 경우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 증시 투자자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자산 운용 범위에 국내 상장 주식 투자도 넣었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ISA로 운영하는 예·적금, 펀드, ETF·ELS 상품으로 500만원 이익을 보고, 주식으로는 300만원 손실을 봤을 경우, 손익을 합치면 총 수익이 200만원이므로 과세하지 않는다. 여러 상품에 두루 투자하는 금융 소비자라면 ISA를 이용해 절세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은행들은 올해 ISA 가입자가 몇년 만에 반등하길 기대하면서 관련 상품 개발에 나섰다. 이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우리은행도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이런 시도에도 빠져나간 금융 소비자가 다시 ISA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현재 은행권은 지난 몇년 간 사용자가 꾸준히 줄어든 ISA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전용 시스템을 구축하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ISA와 연동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주가를 파악하는 프로그램, 증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올해 사용자가 다소 반등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ISA는 모든 금융회사를 통틀어 1인당 1계좌만 개설할 수 있는데, 은행권에 ISA를 열어도 인프라 문제로 인해 아직 국내 증시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은행 앱에서 ISA로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인프라가 구축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ISA를 쓰려는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이 아닌 증권사 ISA를 선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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