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기아차에 난감한 애널리스트.."판단이 안 선다"

이다비 기자 2021. 1. 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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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생산설’ 외에는 기아차 분석 내용이 크게 바뀐 건 없는데, 주가가 너무 올라 목표가를 이미 넘어버려서 다시 보고서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입니다."

기아차가 애플카 호재 덕에 시가총액 10위 기업으로 뛰어오르면서 증권사가 내놓은 목표주가를 넘어버리자 연구원(애널리스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호재 가능성에 목표가를 매번 수정해야 할지, 단기 과열이라고 판단해 더 지켜봐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일러스트=이동윤

21일 한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기아차 주가가 목표가를 훨씬 넘어가게 되면서 목표가와 현재 주가 간 괴리율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라며 "증시가 과열된 상황에서 이른 시간 내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다면 괜찮겠지만, 주가가 급등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목표가를 기계적으로 올려야 할지 심사숙고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주가가 목표주가보다 높은 상황이 이어지면, 자동차 업계가 우상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보고서는 ‘매도(Sell)’하라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을 피하고 싶은 애널리스트들은 장황한 근거를 붙여가면서 주가수익비율(PER)과 목표가를 올리게 된다.

목표가는 한 종목이 12개월 안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장 높은 주가를 말한다. 목표가는 PER을 비롯해 주가순자산비율(PBR), 투자 주체별 매수세 등 여러 지표를 종합해 담당 애널리스트가 산정한다. 성장성이 있는 종목이라면 보통 현 주가보다 넉넉하게 올려 잡는다. 업계에서는 목표가를 ‘애널리스트의 자기표현’으로 여긴다.

실제 지난 20일 기아차 종가(8만7600원)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 두 달 사이 증권사가 제시한 기아차 목표가 9개 중 7개를 벌써 제쳤다. 기아차는 지난 19일부터 애플의 전기차 생산 파트너로 현대차그룹에서 기아가 급부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했다. 지난 19일에는 2012년 6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기아차 주가가 8만원을 넘어섰다. 이날은 장 중 9만3200원까지 올랐다.

기아차 목표가 중에서 이날 나온 신영증권의 목표가가 10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지난해 12월 28일에 나온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목표가인 7만5000원이 가장 낮았다. 이중 KB증권은 작년 12월 7만2000원으로 잡았던 목표가를 지난 12일 8만6000원으로 서둘러 상향조정했다. 신영증권 목표가를 제외하고는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가는 모두 기아차의 애플카 생산설 전에 나온 목표가다.

애널리스트들은 지금 목표가를 고치는 게 맞을지, 좀 더 지켜보는 게 맞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고충도 토로했다.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까지 맞물리면서 종목이 급등하니 이 변동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지금 종목이 과열된 상황이냐 아니냐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너무 오르다가 조정받을 수도 있으므로 다들 목표가를 바로 올리기도 난해해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와 애플카 등 전기차가 바꿔놓은 자동차 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고뇌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자동차 업종이 전형적인 경기순환(시클리컬) 산업인지 아니면 정말 시장이 바뀌어서 테슬라가 만들어놓은 전기차와 IT 플랫폼 시장으로 가는 건지 심사숙고하고 있다"라며 "미국 애널리스트들도 처음에 ‘매도’하라고 했던 테슬라에 대한 태도를 ‘매수’로 바꿨다"라고 전했다.

앞서 미국 월가에서도 대표적인 테슬라 비관론자로 통했던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초부터 "테슬라를 흠잡을 것이 없다"며 꾸준히 테슬라 목표가를 높였다. 지난 5일(현지 시각)에는 테슬라 목표가를 540달러에서 81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당시 이는 월가 평균인 437.15달러를 훨씬 웃도는 예상치였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테슬라 주가는 850.45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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