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전직원 희망퇴직 접수".. 노조는 "경영진이나 떠나라"

류정 기자 입력 2021. 1. 21. 16:23 수정 2021. 1. 21. 19: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년 판매량 16년만에 최저치.. 부산공장 가동률은 50% 수준

르노삼성자동차가 21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하는 등 대대적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입사 2년 미만의 소수 직원을 제외한 4200여명의 모든 직원이 대상이다. 르노삼성은 이날 “지난해 생산·판매 물량이 1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8년 만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며 “비용 절감을 위한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앞서 이달 초 임원 50명 중 40%인 20명을 감원하기로 했으며 남은 임원들은 임금을 20% 삭감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계획이 사내에 알려지자 노조는 성명을 내고 “경영진이나 회사를 떠나라”며 “현장의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르노삼성 부산 본사 전경

◇생산량 반 토막, 8년 만의 적자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가동률은 50% 수준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일감이 없어 공장을 주간 1교대로 운영 중이다. 부산공장의 생산 능력은 3교대를 하면 30만대, 2교대를 하면 22만~23만대까지 가능하지만, 지난해 생산량은 11만대에 그쳤다.

2017년 26만대까지 생산했던 부산공장은 닛산의 중형 SUV ‘로그’ 위탁 생산 계약이 2019년 9월 만료되면서 생산 절벽에 직면했다. 로그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었다. 르노삼성은 계약 만료 전 로그를 대체할 수출 물량을 르노그룹 본사로부터 배정받아야 했지만, 2019년 노조의 전면 파업으로 생산 안정성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본사가 신규 물량 배정을 미뤘다. 그러다 지난해 9월에야 소형 SUV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이 부산공장에 배정됐다. 하지만 1년여의 수출 공백에서 벗어나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부산공장은 올해부터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본격 생산하지만, 로그 물량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로그의 경우 동맹 관계인 닛산과 최소 물량(6만대)을 보장하는 계약을 했지만, XM3는 르노 본사가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수시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로그의 절반 수준인 연간 5만대만 할 수 있어도 다행인 수준”이라며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추가로 신차 배정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르노그룹은 14일(현지 시각) 2025년까지 30억유로의 고정비를 절감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한국, 라틴아메리카, 인도를 지목해 “수익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2025년까지 총 24개의 신차를 출시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도 담겼는데, 이 신차들을 어느 공장에 배정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

◇파업 일삼은 노조가 자초... 반성은 없어

르노삼성의 수출 절벽은 강성 집행부가 이끄는 노조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르노삼성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금속노조원 출신으로 2018년 위원장에 당선됐다. 과거 자동차 업계 모범생이었던 르노삼성 노조는 이후 2년 연속 임금협상 때마다 파업을 주도하며 조합원 내부 갈등과 생산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에는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했다가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는 투쟁 모드를 지속하고 있다. 2020년 임단협이 아직 해를 넘겨 진행 중으로 노조는 파업권 확보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 측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서도 20일 성명을 내고 “르노삼성 노동자들은 마스크까지 쓰며 모든 역량을 발휘해 2112억원이라는 성과를 창출했다”며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을 박살내자”고 했다. 그러나 2112억원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엔 적자가 났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르노그룹은 유럽·중국을 중심으로 구조를 개편 중”이라며 “한국 공장이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면 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