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 입은 유흥업주들 허가증 불태우며 "공정 외치더니 우리만 죽을 맛"

김준호 기자 2021. 1. 21. 16: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경남도지회원이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입구에서 영업 허가증을 불에 태우고 있다. 이 단체는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반발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허가증을 불에 태웠다. /연합뉴스

“정부의 형평성 없는 조치로 생계가 막막합니다. 다 죽게 생겼으니 상복(喪服)을 입을 수밖에요.”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정문 앞. 삼베로 된 상복을 입고, 피켓을 든 경남지역 유흥업소 업주들이 손에 쥔 영업허가증을 하나 둘 불 태우기 시작했다. 이날 불태워버린 유흥업소 영업허가증은 모두 1500장.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경남도지회는 이날 경남도청 앞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2시간30분 간 집회를 열었다.

정부가 사회적거리두기 2주 연장 조치를 발표하면서, 유흥업소에 대해선 집합금지 기간을 계속 연장하자 전국적으로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사회적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방역수칙에 따라 99인 이상 집회가 금지됐지만, 이날 집회 참가자 수는 언뜻 보기에도 100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유흥업주들의 참여가 상당했다. 집회 사회자가 긴급히 참석자들에게 “거리를 띄워주시고, 추가로 오시는 분들은 도로 건너편으로 이동해달라”고 외칠 정도였다. 한 유흥업주는 “얼마나 답답하면 저렇게들 나왔겠느냐”고 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경남도지회원이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입구에서 영업 허가증을 불에 태우고 있다. 이 단체는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반발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허가증을 불에 태웠다. /연합뉴스

집회에서 업주들은 “대책없이 계속되는 강제휴업에 유흥주점 업주들은 빚과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는 유흥주점을 영업재개 대상 업종에서 제외한 조치를 거두고 영업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지회에 따르면 경남 18개 시·군에 등록된 유흥업소는 약 4800곳이다. 이중 약 1400개 업소는 휴업 또는 폐업중이며, 그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정부의 코로나 방역이 업종 간 형평성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

이들은 “식당과 카페, 마트, 예식장 등 다수가 모이고 다수가 종사하는 업종들은 집합금지 해제해도 감염병이 확산되지 않고, 우리는 확산되는 곳이냐”며 “이 정부는 코로나 감염이 영업시간대·업종에 따라 가려가며 확산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한이 있지만 영업을 할 수 있는 영업제한과 매출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집합금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경남도지회원이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입구에서 영업 허가증을 불에 태우고 있다. 이 단체는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반발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허가증을 불에 태웠다. /창원=김준호

그러면서 “지난해 11월24일부터 연중 최고 호황기인 연말에 전혀 영업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3월부터 방역활동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영업은 8개월 이상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며 “그럼에도 중소벤처기업부는 자체 고시로 ‘유흥주점을 소상공인 대출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명시해 재난지원 차원의 생계용 대출도 못받아 사채를 빌리는 지경이다”고 호소했다. 피해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도 유흥업주들은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 업주는 “가게 임대료랑 공과금, 직원 인건비 등 고정경비 지출은 계속 나간다. 신용불량이 되거나 생활고로 가정이 파탄나는 업주들도 많다”고 했다. 경남지회는 코로나 확산 후 한 업소 당 평균 4200만원 정도의 적자를 봤다고 한다.

업주들은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집회를 끝내고 약 1.5㎞를 행진해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영업허가증을 모아 불태우며 집합금지 조속 중단, 강제휴업에 상응한 손실보상, 휴업기간 중 세금 감면조치 등을 요구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경남도지회원이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입구에서 영업 허가증을 불에 태우고 있다. 이 단체는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반발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허가증을 불에 태웠다. /창원=김준호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