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반박한 삼성준법위 "이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 뭐냐"

신은진 기자 2021. 1. 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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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가진 뒤, 입장문을 발표했다. 준법감시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법원이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준법감시위에 대해 실효성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위원회는 “삼성준법이슈의 핵은 경영권 승계 문제에 있다고 초기에 진단했다. 그래서 삼성에게 이에 대한 근원적 치유책을 고민해달라고 최우선적으로 주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준법감시위는 지난해 3월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준법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해 반성·사과와 함께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기기 않을 것임을 국민에게 공표하라고 권고했다. 그 후 이 부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4세 승계는 없다”고 발표했다. 준법감시위는 “경영권 승계에 관해 과거의 위법사례와 결별하고 앞으로 발생가능한 위법행위를 원천차단하는 방안으로서 이보다 더 실효성 있는 조치가 무엇이 있을까요”라고 지적했다. 또 “승계문제가 해소되면 이제 남는 문제는 ‘지배구조의 합리적 개선'이고, 이에 대해서 위원회는 검토를 하고 있던 상황임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도 했다.

준법감시위는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은 정준영 판사가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사유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작년 2월 출범했다. 위원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 봉욱 전 대검 차장도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총 7명의 위원 중 2명이 고위 법조인 출신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실효성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 부회장에 2년6개월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했다. 법원은 실효성이 없는 주요 근거로 “준법감시위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비한 선제적 예방 및 감시활동을 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준법감시위 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이같은 법원 판단에 대해 다양한 반박 목소리가 쏟아졌다. 재계 고위인사는 “4세 경영승계 포기 선언을 이끌어낸 것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위험성에서 가장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또 현재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의뢰해 지배구조개편을 논의하고 있는데, 법원 판단은 이같은 노력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이 준법감시위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실효성이 없다는 주요 근거로 꼽은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해당 기업의 전력(前歷)을 분석하는 것은 향후 발생이 예상되는 법적 위험의 분석과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필수작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대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을 받고 있는 사안에 대해 준법감시위가 나서서 조사를 하는 것은 재판 개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 판결문에 ‘전력’, ‘criminal conduct(범죄행위)’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재판부가 그 사건에 대해 유죄라는 예단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검 수사심리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 불기소·수사중단 결정을 내렸다.

준법감시위를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였다”는 지적이 있다.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측과 특검측으로부터 각각 1명씩을 추천하도록 했고, 재판부에서도 1명을 추천했다. 객관적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할 심리위원을 양측 추천으로 정하다보니, 서로의 이해 관계 충돌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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