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스타필드 닫으면 전통시장 살아나나

김은영 생활경제부 팀장 입력 2021. 1. 21. 15:37 수정 2021. 1. 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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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스타필드 코엑스몰점. 이곳의 '명물'은 별마당도서관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시간이 줄었지만, 상점들이 문 닫은 자정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이 생길 때만 해도 쇼핑몰과 도서관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민과 쇼핑객의 휴식처가 됐다.

이런 도서관을 앞으론 주말에 이용하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정부·여당이 스타필드·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에도 월 2회 주말 의무휴업 규제(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를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부적절한 규제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휴식과 놀이가 주된 복합쇼핑몰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위협하는 곳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복합쇼핑몰은 쇼핑·레저·오락이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상점과 식당 외에도 서점, 영화관, 키즈카페, 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오락 시설을 구성해 ‘몰링(Malling·쇼핑과 문화 체험을 동시에 즐기는 소비 행태)’을 지원한다. 주로 식자재와 생필품을 파는 전통시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놀이동산이나 야구장 더러 주말에 쉬라는 악법"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복합쇼핑몰의 주말 휴업을 의무화하면 정작 보호하려 했던 소상공인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복합쇼핑몰 매장의 60~70%는 소상공인이 운영하고 있다. 이름난 브랜드 의류를 파는 매장도, 알고 보면 대부분 본사와 중간관리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한다. 지역 곳곳에서 유치한 맛집도 소상공인이 주인이다.

주말 매출이 평일의 4~5배에 달하는 도심 외곽 쇼핑몰일수록 피해는 더 커진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월 2회 주말 의무적으로 휴업하면 매출이 현재의 3분의 2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도 불편해진다. 사당동에 사는 30대 주부는 "2살·5살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쇼핑몰뿐인데, 이곳마저 문을 닫으면 어디를 가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중소 상인에 도움을 줬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오히려 한국유통학회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휴점하면 인접 상권의 매출은 떨어졌다.

하지만 여당은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침체 원인을 여전히 대규모 점포에서 찾고 있다. 복합쇼핑몰을 규제하고 나면 아웃렛, 면세점, 전문점까지 규제할 태세다.

유통시장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도로 판이 바뀌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엔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국내 유통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35%. 대형마트도 백화점도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를 감당하지 못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규제가 늘수록 온라인으로 소비가 이동하는 행태가 가속할 것으로 본다.

전통시장을 살려야 할 방법은 따로 있다. 최근 신당중앙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은 24시간 베트남 쌀국수 가게 '포25'가 힌트를 준다. 작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개장 첫날부터 하루 평균 300팀이 찾을 만큼 인기를 끈다. 6평 남짓한 좁은 매장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베트남 길거리에서 볼 법한 쌀국수 가게를 재현했는데, 뉴트로(새로운 복고)를 좇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맛도 좋아 국내에서 일하는 베트남인까지 찾아올 정도다. 이곳의 손님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서 시장을 찾았을까? 이들은 "베트남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내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 자랑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한다.

전통시장의 위기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 옥죄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온라인과 대규모 점포가 주지 못하는 매력을 강조해야 한다. 낙후한 주차·결제 시스템, 접객 문화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스스로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위기를 극복할 가장 중요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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