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 팬클럽이 '안동맛집공유'? 갑자기 이름 바꾼 이유

김윤주 기자 2021. 1. 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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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경찰서에서 국민의힘이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요즘것들연구소' 소속 하태경 의원(오른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알페스 제조자 및 유포자 수사 의뢰서를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지난 13일 트로트 가수 영탁 팬클럽의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오픈카톡방) 이름이 ‘고독한 영탁방’에서 ‘안동맛집공유’로 바뀌었다. 영탁과 함께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가수 김희재 팬클럽도 오픈카톡방 이름을 ‘공차 좋아하는 모임’으로 바꿨다. 안동은 영탁의 고향이고, 공차는 김희재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카페 브랜드다.

가수 팬클럽들이 갑자기 단체 카톡방 이름을 바꾸고 나선 것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화제가 된 이른바 ‘알페스(Real Person Slash)’ 때문이다. 알페스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쓴 일종의 인터넷 소설이다. 청원자는 알페스의 일부 내용을 문제삼았다. ‘실존하는 남자 아이돌을 동성애 소설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변태스러운 성관계나 강간을 묘사하는 성범죄 문화’라며 ‘알페스 이용자를 처벌해달라’고 한 것이다. 해당 청원은 등록 사흘만에 청와대 답변 요건인 서명자 20만명을 넘겼다. 일부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선 알페스를 생산·유포하는 이들의 처벌을 위한 증거를 모으겠다며 이른바 ‘알페스 자경단’까지 조직했다. 사태의 밑바탕에는 소위 ‘N번방’ 사건 등 성범죄의 가해자로 여겨져온 남성들이, 반대로 주로 여성들이 향유하는 알페스 문화에 반격하는 ‘젠더(gender·성) 갈등’이 깔려있다.

팬클럽 카톡방은 보통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쓰이지만 ‘자칫 알페스 자경단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팬들이 선제적으로 이름을 바꾸기에 나선 것이다. ‘누군가 카톡방에 몰래 들어와 악성코드를 뿌린다’ ‘그룹 OOO 팬들의 휴대전화가 해킹됐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하지만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 않자 일부 팬클럽들은 현재 원래 이름으로 돌아왔다.

알페스에 대해선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가수 ‘소녀시대’의 15년차 팬 윤모(27)씨는 “연예인 본인이 원하지 않는 내용의 글을 써서 퍼뜨리는 행위는 문제”라면서도 “표현의 자유라는 점에서 처벌할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고 했다. 가수 ‘하이라이트’의 11년차 팬 구모(25)씨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팬문화라 명예훼손, 성희롱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팬 입장에서도 일부 내용은 불쾌할 때가 있다”고 했다.

이택광 대중문화평론가는 “공인인 연예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팬들의 소설 창작은 놀이 문화로 보고 팬들의 합의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일부 불쾌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선 연예인 개인이 소송 등의 방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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