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분할상환 논란.. "소급 적용 않고 마통 제외할 것"

박소정 기자 2021. 1. 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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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 의무화 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아직은 ‘고액 대출’에 한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뚜렷하지 않은 기준 탓에 서민들은 혹여나 자신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지금껏 신용대출은 매달 이자만 내다가 원금은 만기에 일시 상환하면 됐지만, 앞으로 일부 차주는 원금까지 매달 갚아야 해 당장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에게 큰 충격이 가지 않도록 예외 조항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존 신용대출에는 원금분할상환을 소급 적용하지 않고, 마이너스통장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당국은 이번 대책을 시작으로 과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처럼 향후 10~15년간 신용대출 부문에도 분할상환 관행을 정착시켜나갈 예정이어서, 바뀌는 구조에 적응할 수 있게 서민들도 차츰 대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산한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 기존 신용대출 영향 없고 마이너스통장은 예외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 의무화를 예고한 최근 금융위원회의 발표에 각종 궁금증과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소급 적용 여부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소급 적용은 할 수 없다"며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이 도입되더라도 기존 계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신규 신용대출에만 적용한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적용 시점까지의 기간도 넉넉히 부여할 예정이다.

기존 신용대출 갱신 시점에 바로 원금분할상환으로 전환이 되는지도 관심이다. 한 차주는 "신용대출은 보통 1년마다 갱신을 하는데, 만약 대출 형태가 갱신 시부터 원금 분할 상환으로 전환되면 급하게 자금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갱신’과 ‘만기에 따른 재계약’을 혼동한 데서 비롯된 기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갱신은 매년 신용도 변동사항을 확인해 금리를 바꾸는 작업일 뿐, 우리나라 신용대출 대부분은 만기가 5년"이라며 "변경된 상환 방식은 만기가 도래해 새 대출을 일으킬 때 적용되는 것이지, 갱신 주기에 맞춰 갑자기 전환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이 많이 사용하는 마이너스통장도 원금분할상환 의무에서 제외된다. 이는 설정해둔 한도 중에서도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쓰는 구조여서 원금분할상환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체 신용대출 규모에서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30~35% 정도를 차지한다.

의무화 대상이 아닌 마이너스통장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일시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심사가 현재 깐깐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풍선효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원금상환 의무 대상인 ‘고액’의 기준은 논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1억원 이상 신용대출에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획일적인 금액을 제시하기보다 연봉 등 개인별 상황에 맞는 기준을 정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봉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 분할 상환을 적용하는 방식이나, 신용대출 전체 금액의 일부에만 분할 상환을 적용하는 것 등은 현재 논의 중인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15년 주택담보대출의 분할상환 관행 정착을 내세운 임종룡(왼쪽) 전 금융위원장과 2021년 신용대출 분할상환 의무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위 제공

◇ 신용대출도 주담대처럼 분할상환 위주로 개선

서민들이 당장 이번 의무화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더라도, 원금분할상환 대출 구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차츰 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주담대처럼 신용대출에서도 분할상환 의무화 대상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담대도 참여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일시상환 방식이 99%였는데, 2007년부터 분할상환 의무화 제도에 시동을 걸면서 지금은 분할상환방식이 60%까지 확대됐다"며 "우리나라는 신용대출을 너무 쉽게 취급하는데, 10~15년가량 이 제도를 끌고 가면서 관행을 개선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신용대출이든 주담대든 만기일시상환 방식은 미국·영국 등 해외에선 오히려 특이한 사례로, 이자만 내면 되기 때문에 당장의 비용이 적어 차주의 대출 불감증과 과다 부채의 원인이 된다"며 "일단 은행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는 거의 70~80%까지 신용대출 분할상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시행 시기 등 세부 사안을 확정해 오는 3월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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