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암투병 끝 가신 어머니.. 신앙·절약·겸손 모두 배웠습니다

기자 2021. 1. 2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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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을 흐리십니다.

절대 암이 아니라 했지만 이미 다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입을 것 먹을 것이 모두 당신에게는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이셨습니다.

엄마가 마지막 가시기 전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수소문 끝에 형들을 찾아 만나게 해 드린 것이 무엇보다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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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선(1929∼2012)

말끝을 흐리십니다. 절대 암이 아니라 했지만 이미 다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저 ‘조금만 더 있으면 집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잔뜩 움켜쥐고 계신 것 같기도 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면 그것이 집으로 가는 지름길인 양 받아들이셨습니다. 이미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시커먼 암 덩어리를 배 속에 두고 아무것도 모른 채 세월을 흘려보냈습니다. ‘배가 사르르 아프다’고 하시면서 소화제만 연거푸 드셨습니다. 건강하셨기에 더 아닌 줄 알았습니다. 병원에서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부단히 병마와 싸우시더니 1년을 채 못 넘기시고 황망하게 떠나셨습니다.

아버지와 엄마는 하루 차이로 돌아가셨습니다. 늘 아버지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셨던 엄마는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자식들을 위한 헌신에 끝이 없으셨습니다. 입을 것 먹을 것이 모두 당신에게는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이셨습니다. 다리에 힘이 없으시니 재활용 센터에서 얻어온 아기 유모차를 끌고 다니셨습니다. 노인용 끌차를 사드린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마다하셨습니다. 드렸던 용돈도 그대로 저축하셔서 통장에 전부 고스란히 두고 가셨습니다.

아버지가 교장 선생님이시니 엄마는 사모님으로 불리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빠듯한 봉급으로는 7남매가 배불리 먹는 것이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무거운 고무 함지를 머리에 이고 행상을 하셨고 커다란 가방에 무거운 화장품을 가득 담아 방문판매도 하셨습니다. 하숙으로도 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셨습니다. 하숙했던 형들 네 명 중 한 명이 대학을 졸업하면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졸업 후 다 같이 엄마를 찾아온 것은 두고두고 엄마에겐 자랑거리였습니다. 엄마가 마지막 가시기 전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수소문 끝에 형들을 찾아 만나게 해 드린 것이 무엇보다 위로가 됩니다.

대기업에 입사해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을 때 국제전화를 하면 늘 받자마자 ‘전화비 많이 나와! 얼른 끊어!’ 하시면서도 그렇게 반가워하셨습니다. 사실은 그때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혼자서는 몸을 가눌 수조차 없던 상황이셨습니다. 그럼에도 일절 그런 말씀은 안 하시고 저의 건강과 학비 걱정뿐이셨습니다. ‘학비를 보내주기만 하면 알아서 공부하겠다’는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응원과 아들의 유학을 자랑스러워하시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기억하면 어느 것 하나 어머니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신앙, 절약, 겸손,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까지도 모두 어머니가 보여주신 모습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애타도록 보고 싶은 엄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뵐 수가 없습니다. 투병하시는 중에도 아들이 부담할 병원비를 걱정하시다가 돌아가신 그 날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엄마가 더욱 그립고 생각납니다. 엄마! 우리 엄마! 아주 많이 사랑해요!

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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