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학교 0학년 A군 안티카페'..학폭, 어쩌다 이 지경까지

고민서 2021. 1. 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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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덕에 피해자 줄었지만
사이버 폭력·집단따돌림 늘어
SNS·카톡 괴롭힘으로 '진화'
지난해 `2020 청소년 사이버 폭력 예방 푸른코끼리 포럼`에서 김해온 청소년 연사가 `사이버 폭력,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는 범죄`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A군은 어느 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이름을 딴 '○○학교 ○학년 ○반 A 안티 카페'라는 인터넷 카페가 개설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A군을 향한 욕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A군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다. (1388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사례 중)

코로나19로 지난해 학교가 문을 닫은 사이 학교폭력은 줄었지만, 교문 경계가 무색한 '사이버 따돌림'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수업을 계기로 아동·청소년의 온라인·미디어 사용이 급증한 가운데 사이버폭력에 노출된 학생도 많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14일부터 10월 23일까지 진행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약 295만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2019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0.9%(2만7000명)였다. 초·중·고교생 100명 중 1명꼴로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했다는 얘기다. 이는 2019년(1.6%)보다 0.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17년(0.9%)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치다. 특히 초등학교의 학교폭력 사례가 3.6%에서 1.8%로 크게 줄었다. 중학교(0.8%→0.5%)와 고등학교(0.4%→0.2%)에서도 폭력 사례가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피해 유형별로 보면 새로운 양상이 나타난다. 집단 따돌림, 사이버폭력처럼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비중이 커진 것이다.

비중 면에선 언어폭력이 전체의 33.6%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2019년 조사 때보다 2.0%포인트 줄었다. 반면 사이버폭력은 8.9%에서 12.3%로 3.4%포인트나 증가했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모호한 집단 따돌림도 23.2%에서 26.0%로 2.8%포인트 늘었다. 신체폭력, 금품 갈취처럼 눈에 드러나는 육체적·물질적 피해 사례가 최근 수년간 감소해왔다면, 정신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비접촉 폭력 사례가 눈에 띄게 확대되거나 줄지 않고 있다.

일례로 학교폭력 유형 중 금품 갈취는 2013년 10.0%에서 2020년 5.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체폭력도 10%선 아래로 떨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언어폭력은 30%대를 유지하고 있고, 집단 따돌림은 16.6%에서 26.0%로까지 확대됐다.

실제로 최근 교육 현장에선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의 혐오 표현 행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교사들은 사이버폭력이 날로 진화하면서 조기에 감지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피해 학생을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고 피해 학생 혼자만 남겨두는 '방폭'이나 특정 학생을 지속적으로 대화방에 초대해 욕설을 퍼붓는 '카톡 감옥' 사례에서 더 나아가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으로 가해 학생들만의 온라인 비밀 공간을 만들거나 아예 고의적으로 특정 학생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하는 등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 교육부는 현장 목소리와 조사 결과를 분석해 다음달 중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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