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서 '폐지'로 옮겨가는 공매도 논란

양희동 입력 2021. 1. 21. 14:24 수정 2021. 1. 2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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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총리 "제도 보완 미흡하다" 쐐기 박아
금감원 제안했던 홍콩式 '대형주' 공매도 허용 논의
2009년에 금융주만 공매도 금지 유지한 전례
동학개미 "못 믿겠다 공매도 폐지하라" 주장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동학개미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오는 3월로 예상됐던 공매도 재개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여당 등 정치권이 가세하며 공매도 문제가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에서 ‘공매도 폐지’로 옮아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공매도 금지기간을 6개월 추가 연장하면서 불법(무차입)공매도 처벌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지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연이어 공매도 재개엔 미흡하다고 밝히며 금지 조치 연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동학개미들은 한발 더 나아가 ‘공매도 영구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16만명 이상 동의하며, 공매도 제도 개선에서 폐지 쪽으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정세균 총리 “지금 방식은 곤란”…금감원서 내놓았던 홍콩식 재검토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국내 도입을 검토했던 홍콩의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 제도’를 오는 3월 15일까지인 공매도 금지 기간 종료를 앞두고 재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는 시총이 작은 종목들은 공매도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크고, 시세 조작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들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홍콩거래소는 1994년 17개 시범종목을 지정했고, 2001년 거래소 규정에 세부요건을 마련해 지정 종목을 실시간 공시하고 있다. 공매도 가능 종목은 시가총액이 30억 홍콩달러(약 4300억원) 이상이며 12개월간 회전율(거래대금을 시총으로 나눈 값)이 60% 이상인 경우다. 지난해 말 현재 홍콩거래소 전체 상장종목(2557개) 중 ‘3분의 1’ 수준이지만 시총 기준으론 90%가 넘는다.

지난해 10월 국정 감사 이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던 홍콩식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가 다시 급부상한 것은 행정부를 총괄하는 정세균 총리가 연이어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지난 14일엔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공매도가 좋지 않은 제도”라고 발언한 데 이어 20일엔 한 방송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정 총리는 이날 “잘못 운영돼 오던 제도에 대해서 제대 개선 내지는 보완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운영하던 방식으론 곤란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 및 법 개정 조치 증이 선행되지 않으면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쐐기를 박았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공매도 개선책에 대해 현재까지 나온 수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이 직접 거론하기도 했던 대형주 중심 공매도 재개가 유력하게 부상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코스피200’ 지수, 송영길 의원이 코스피·코스닥 통합 지수인 ‘KRX300’ 등에 포함된 대형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입장에선 한시 조치라고 못 박은 공매도 금지를 추가 연장하기보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는 계속 금지했던 것처럼, 대형주 중심으로 공매도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매도 폐지’로 향하는 동학개미 여론

하지만 문제는 동학개미들의 여론이 불법공매도 차단을 통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에서 차입공매도를 포함한 전면 폐지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시작한 ‘공매도 영구 금지’ 청와대 국민 청원에 이날 현재 16만 5000명 이상이 동의한 가운데, 회원 1만 8000명 규모의 온라인카페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측도 기존엔 불법공매도 차단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다가 공매도 폐지로 선회하고 있다. 한투연은 공매도 거래가 개인 신용거래보다 하루 평균 약 39배 수익을 냈다고 추정한 한양대 임은하 재무교육 박사와 전상경 경영대 교수의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라는 논문을 공매도 폐지의 이유로 삼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가 100% 만족할 수 있는 공매도 제도는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고 그동안 제도 보완이 상당히 이뤄져 왔다”며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선안으로도 공매도 전면 재개에 충분하다고 보지만, 대형주 위주로 먼저 재개해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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