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팀 찾아 구슬땀 고효준, "진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김배중 기자의 핫코너]
“요즘 많이 하는 인스타그램에 공 던지는 영상이라도 올려야겠어요. 하하.”
최근 제주 서귀포 강창학 야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고효준(38)은 “몸 상태는 자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0시즌이 끝난 지난해 11월 그는 소속팀 롯데에서 장원삼(38) 등 베테랑들과 함께 방출 칼바람을 맞았다. 한국나이 마흔을 코앞에 둔 나이라 은퇴를 고려해볼 만도 했지만 아직도 시속 14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녹슬지 않은 팔이 그의 은퇴를 막아 세웠다.
준비과정이 뒤숭숭했고 시즌 최종 성적은 24경기 15와 3분의 2이닝 1승 무패 평균자책점 5.74였다. 불과 한 시즌 전(2019년) 144경기의 절반이 넘는 75경기에 나서 원 없이 공을 던졌던 모습(62와 3분의 1이닝 2승 7패 15홀드 평균자책점 4.76)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표였다.
이번 겨울도 미래가 불투명하긴 마찬가지지만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까지 부산에서 웨이트 및 러닝 훈련에 집중한 고효준은 11일부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 문을 연 트레이닝캠프에 합류했다. 비 시즌 중 이곳에서 재능기부를 하러 온 프로구단 트레이너들의 지도 하에 좀 더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고효준은 “여러 트레이너의 노하우를 배우며 몸을 만들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이맘때보다 컨디션이 좋다는 게 느껴진다. 하프 피칭도 시작 했다”고 말했다.
하프 피칭은 투수가 힘의 절반만 사용해 공을 던지는 과정으로, 이후 불펜 투구, 타자를 세워놓고 던지는 라이브 투구 등을 거쳐 실전 경기에 나선다. 부상이 없는 고효준으로서는 곧 실전투구도 가능할 만큼 준비를 잘 했다는 의미다.
선수협 트레이닝캠프는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을 위해 선수협이 마련한 자리로 고효준처럼 억대 연봉을 받아봤던 ‘초’고참에게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고효준도 이를 잘 안다. 그렇기에 합류 전 이곳에 재능기부를 온 한 트레이너에게 정중히 허락을 구했다. 또한 개인훈련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이곳을 찾은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도 아낌없이 공유한다. 고효준은 “오른손 투수인 안현준(26·KT)과 이야기를 나누다 고교(세광고) 후배라는 걸 알게 됐다.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친구인데 제구가 뜻대로 안 되는 게 고민이라더라. 나도 비슷한 고민에 밤잠을 설친 때도 있었다. 심리적인 부분 등 제구불안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 구단이 허리띠를 조이고 있어 노장인 고효준에게 손을 내미는 구단은 아직 없다. 고효준도 “아직 FA 중 이름값 있는 몇몇 친구들조차 계약을 못했다. 그 선수들이 팀을 찾아야 그나마 순번이 올 것 같다”고 진단한다. 지난해의 ‘경험’도 고효준에게 위안이 되는 요소 중 하나다. 스토브리그 초반만 해도 고효준을 전력 외로 봤던 롯데는 스프링캠프 막바지로 접어들며 구상이 조금씩 틀어지자 고효준과 손을 잡았다. 노장들을 정리하며 ‘리빌딩’을 표방한 구단들 중 스프링캠프 이후 고효준 같이 경험이 풍부하고 여전히 경쟁력 있는 구속을 가진 선수가 필요해지는 곳이 생길 수 있다.
“마운드에 오를 기회만 주어진다면 돈 이런 건 상관없습니다. 진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마운드에서 남은 힘을 쏟고 싶어요. ‘그날’을 위해 매일 열심히 몸을 만들겠습니다.”
김배중 기자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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