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면 죽는다' 드라마 아닌 추리소설이었다면 [TV와치]

박은해 2021. 1. 2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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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이 잘 짜인 한 편의 추리 소설같다.

KBS 2TV 수목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극본 이성민/연출 김형석)가 후반부 전개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뿌렸던 떡밥을 하나씩 회수하고 있다.

'바람피면 죽는다'는 그렇게 시청자들 예상을 매회 깨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한 편의 추리소설이었다면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았을 테지만 '바람피면 죽는다'는 아쉽게도 2달 이상 긴 호흡을 유지하는 16부작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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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플롯이 잘 짜인 한 편의 추리 소설같다. KBS 2TV 수목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극본 이성민/연출 김형석)가 후반부 전개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뿌렸던 떡밥을 하나씩 회수하고 있다. 백수정(홍수현 분) 살인사건 전말과 강여주(조여정 분)의 큰그림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월 20일 방송된 '바람피면 죽는다' 13회에서는 백수정 살인사건 유력 용의자인 김덕기(유준홍 분)가 아나필락시스(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전신에 급격하게 일어나 발생하는 쇼크)로 사망했다. 한우성(고준 분)이 김덕기가 사망 직전에 먹은 잡채를 가져오면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사망 원인은 따로 있었다. 경찰서 정수기에서 검출된 고농축 키토산이 김덕기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한 것.

앞서 극은 남편 한우성과 백수정의 불륜 사실을 안 강여주가 백수정을 살해하고, 살인사건 진실을 알고 있는 매니저까지 죽여 남편에게 죄를 덮어씌웠다고 암시하며 흘러갔다. 한우성이 가져온 잡채는 집에서 독초를 기르는 취미가 있는 강여주가 만들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피면 죽는다'는 그렇게 시청자들 예상을 매회 깨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수없이 범죄 용의자로 지목된 강여주는 뛰어난 추리 실력과 기지로 매번 경찰 수사망을 손쉽게 빠져나간다.

백수정 살인사건이라는 큰 줄기 아래 강여주-한우성 부부의 관계, 강여주를 감시하는 국정원 직원과 한우성을 짝사랑하는 재벌 상속녀 여대생 고미래(연우 분), 베일에 싸인 강여주의 문제작 '비밀기도실'까지. 비중 적은 조연, 작은 소품 하나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듯 미스테리한 살인사건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한 편의 추리소설이었다면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았을 테지만 '바람피면 죽는다'는 아쉽게도 2달 이상 긴 호흡을 유지하는 16부작 드라마다.

극 말미에 가까워졌음에도 살인사건 진범 정체는 물론, 강여주 과거 사연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바람피면 죽는다'는 여러 사건을 순차적으로 배치하고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대부분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드라마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극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하나의 사건이 각 등장인물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조금씩 단서를 흘리고 있다. 마지막에 가서 큰그림이 완성될 것은 분명하지만 사건 해결 과정 없는 16부작 이야기는 때때로 지루함을 유발하고, 몰입감을 저해한다.

지난해 방송된 tvN '비밀의 숲2'이 시청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시즌 1이 여러 사건을 극 전면에 배치하고 수사와 추리를 통해 실마리를 풀어냈던 것과 달리 시즌2는 서동재(이준혁 분) 검사 납치사건을 쉽게 해결하지 않았다. 극 말미에서 사건 전말이 드러나고 초반 빌드업을 바탕으로 큰그림을 완성했지만 이야기를 질질 끌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완성도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전개 대신 호흡이 느린 추리를 그려내는 작가의 뚝심은 인정할 만하다. 추리소설이라면 훨씬 더 재밌었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번에 전 회차가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였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많은 시청자들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사진=KBS 2TV '바람피면 죽는다'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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