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어드바이저' 박지성의 포인트, "한국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
(베스트 일레븐=고양)
가장 한국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지성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가 이날 말했던 대목 중 하나다. 박지성은 유럽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이용해 ‘한국만의 방식’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21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전북 어드바이저로 위촉된 박지성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지성은 조리 있게 자신이 가징 생각을 말하며, 앞으로 전북과 함께 다양한 것들을 해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박지성 기자회견 전문이다.
- 전북에 입단(?)하게 된 계기?
“지난겨울, 그러니까 12월 김상식 감독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한국에서 상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진 않다’라고 거절을 했다. 그러자 김상식 감독님이 ‘상주를 하지 않아도 되니 유럽에서 경험했던 것, 은퇴하고 행정 공부를 했던 것 등을 비대면으로라도 공유를 해달라’고 말해다. 그렇게 받아들이게 됐다. 최소한 분기별로라도 와서 만남을 갖고 공유를 한다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나를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구체적으로 전북을 어떻게 돕게 되나?
“구단에서 내가 가진 경험을 공유해주길 바란다. 내 모든 것들을 다 공유할 생각이다. 물론 전북은 이미 K리그에서 최고의 클럽이다. 내가 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다고 본다. 다만, 유소년이라든지, 시스템이라든지, 그런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일단 구단 업무를 파악해야 하고, 전북팬들이 어떤 축구를 원하는지 고려하겠다. 나아가 클럽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1군 선수를 어떻게 올릴 것인지 등 단장님과 대표이사님, 구단 직원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하겠다.”
- 기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앰버서더 활동은 어떻게 되는지?
“당연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전북의 일을 하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앰버서더 일은 하지 못하게 된다. 전북이랑만 한다. 뭐라고 드릴 말씀은 없다(웃음).”
- ‘2002 멤버’들의 K리그 합류, K리그의 활력소 될까?
“2002년에 활약했던 선수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받았던 많은 성원들을 어떻게 하면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서로 위치가 달라서 맞대결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게 K리그 흥행을 위해서 소비가 된다고 하면 거부감이 없다. 반갑고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기대가 되는 거 같다. (이)영표 형, (이)청용이, (기)성용이, 그리고 나까지, K리그 흥행에 불씨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전북의 어드바이저로 하고 싶은 것?
“전북의 현 상황을 파악해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가장 변화가 필요한 건, 유소년이다. 유럽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뿐만 아니라 아약스와 PSV 에인트호번도 가봤지만, 유스의 중요성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내가 K리그 클럽에서 유소년 축구 실정을 다 파악하고 나면, 어느 정도 격차가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그 격차가 내가 생각했던 이상이 안 되길 바란다. 우리도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웃음). 전북이라는 팀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가졌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사실이다.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전북에서 뭔가 시도를 했다면, 다른 클럽들도 그걸 따라가는 구조가 되면 좋겠다. K리그를 이끌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북으로 오면서 ‘유소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큰 중점은, 선수들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목적이다. 유소년 대회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선수의 프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결과적으로 유소년 성적에 상관없이, 얼마나 많은 선수들을 1군에 보낼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아울러 전북 유스가 구단 1군만 보내는 게 아니라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유소년을 배출하는 클럽이 돼야 한다. 물론 유럽 시스템을 도입해도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분명하다. 현실 안에서 좋은 것들을 가져올 수 있느냐, 한국만의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 그런 것들이 내게 큰 과제다.”
- 잉글랜드와 한국을 오간다, 얼마나 자주 오갈지?
“한국에 몇 번씩은 왔다 갔다 했다. 횟수가 규칙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전북의 일을 하면, 최소한 분기별로 오게 될 듯하다. 체류 기간도 길게 가지면서, 이야기나 미팅이나 여러 가지 일 등을 해야 한다. 또한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 되어 있으니, 그런 걸 활용하면서 일을 해 나갈 생각이다.”
- 만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전북이 FIFA 클럽 월드컵에서 만난다면?
“당연히 전북을 응원할 거다. 나는 전북에서 일한다. 상상해본 적은 없지만, 그런 일이 있다면 재미있을 듯하다.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하겠다.”
- 지도자, 나중에라도 생각하나? K리그 클럽에서 일할 거라는 상상도 했나?
“항상 말해왔다. ‘프로 감독이 되고 싶냐’라면, 그렇진 않다. 만약 행정가의 일이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유소년 육성에 대한 관심이 있다. 그것을 위해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것도 있다. 지도자 자격증을 따면서는 선수 출신들을 어떻게 지도자로 변모시키는지 알게 된다. 어떤 부분이 선수 출신의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인지도 알게 된다. 그런 걸 알게 되면, 클럽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교류하는 데 있어서 더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다. P급까지 딸 생각은 없다. 일단 B급을 생각하고 있으며, A급은 잘 모르겠다.”
“K리그 클럽에서 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당연히 했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저로서도 좋은, 제가 경험했던 부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 고등학교·대학교 때, 가고 싶었던 팀이라면?
“전북은 아니었다(웃음). 처음으로 K리그를 꿈꿨던 건 고등학교 때다. 그 당시 수원 삼성이 창단했고, 볼보이도 했다. 그래서 수원에 입단하겠다는 꿈을 꿨다. 물론 이루어지진 않았다. 선수로 K리그 커리어는 없지만, 이렇게 전북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
- 박지성의 축구 철학? 팬들에게 한마디?
“나는 감독이 아니다. 그러니 전북이 어떤 축구를 해야 한다는 철학은 없다. 김상식 감독님이 공격 축구를 말했고, 그 부분은 최강희 감독님부터 이어져온 전북의 색깔이다. 많은 팬들이 전북을 떠올린다면, 공격 축구 이미지를 떠올린다. 앞으로도 공격 축구를 해야 하는 게 맞다. 김상식 감독님은 전북의 DNA를 잘 안다. 선수·코치·감독을 모두 경험했다. 전북의 철학에 대한 걱정은 없다. 나는 앞으로 클럽이 어떻게 운영을 해왔고, 팬들에게 어떤 클럽이 되길 원하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 클럽은 지역색이 많이 나타난다. 역사 안에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어떤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클럽이 가진 철학을 유지하고 발전해야 하는 게 행정가가 가져야할 가장 이상적인 자세다. 그 부분에 맞춰서 일해야 한다.”
“전북이 어떻게 발전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전북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많은 클럽들이 바라보고 배울 수 있는 클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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