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마리가 죽은채 둥둥..'웃는 돌고래' 상괭이에 무슨 일이

오재용 기자 2021. 1. 2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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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쫓다 그물에 갇혀 죽어..혼획방지용 그물 사용 의무화 추진
상괭이./조선DB

제주 해안에서 ‘웃는 돌고래’로 알려진 상괭이가 죽은 채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21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15분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한수풀해녀학교 인근 해안가 갯바위에 돌고래 사체가 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고래연구센터 확인 결과 해당 상괭이는 길이 114㎝에 폭 81㎝, 무게 40㎏의 암컷으로, 죽은 지 15일 이상 된 것으로 판단했다.

불법 포획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 제주지역에서만 발견된 상괭이 사체는 모두 13구에 달한다. 2019건 44건, 2020년 55건 등 매년 늘고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 토종 고래인 상괭이 사체가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상괭이는 주로 서해와 남해안에 서식하는데, 수명은 최고 25년가량으로 최대 2m까지(몸무게 평균 70㎏) 자란다. 어류와 오징어, 새우 등 갑각류를 잡어먹는 잡식성이다. 머리가 둥글고 등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CITES)’에 따른 보호종으로 등재돼 있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해양보호생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해마다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폐사하거나 다른 물고기와 혼획돼 죽는 상괭이는 서해와 남해, 제주 등지에서 1000여 마리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 해역에 서식하는 상괭이 개체수는 2005년 3만6000마리에서 1만여 마리에 불과할 것으로 동물보호단체는 추정하고 있다.

해양경찰이 죽은 채 발견된 상괭이를 검사하고 있다./제주해양경찰서 제공

최근 제주와 전남 여수, 경남 거제 등지에서 상괭이 사체 발견이 눈에 띄게 늘어난 이유는 기후 변화 등으로 어장이 풍부한 제주 연안으로 이동하면서 그물에 걸려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돌고래 전문가인 김병엽 제주대학교 교수는 “상괭이는 폐 호흡을 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숨을 못 쉬게 되면 그물 안에서 질식사한다”며 “부검을 해보면 대부분 폐에 거품이 차 있다”고 말했다.

먹이를 찾아 제주 연안에 내려온 상괭이가 큰 그물을 닻으로 고정시켜 조류를 따라 이동하는 물고기를 잡는 안강망 그물에 걸리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그물에 걸린 상괭이는 해양보호종으로 유통이 금지돼 팔 수 없는 데다, 신고하면 서류를 쓰는 등 절차가 복잡해 그대로 바다에 버리면서 해안으로 떠밀려와 발견된다.

현재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먹이를 쫓아가다 안강망 어선 그물에 갇힌 상괭이가 빠져나올 수 있는 혼획방지그물을 개발했다. 이중 구조로 된 그물 속으로 들어온 상괭이가 유도망을 타고 탈출구로 빠져나가고,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어획 대상 물고기들은 유도망의 그물코를 그대로 통과해서 자루 그물 끝에 모이는 원리다. 우리나라도 법에 혼획방지 그물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중이다.

동물보호단체는 그물에 LED 등을 달아 돌고래류 혼획을 줄이는 해외 사례를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어선 그물에 10m 간격으로 LED 등을 설치하면 빛에 민감한 돌고래들이 그물을 피해 가도록 하는 장치다.

김병엽 교수는 “외국은 돌고래 등 대형 어종이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로 된 혼획방지 그물과 LED 등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며 “해외 연구 결과 어획량은 줄지 않고, 상괭이 같은 돌고래류의 혼획률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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