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향해 가는 공 보며 뚜벅뚜벅.. 자신감 'UP' - 슬로 플레이 'OUT'

최명식 기자 2021. 1. 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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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나가 퍼트 후 곧바로 걸어가 공을 집어 드는 경기 장면을 캡처한 사진. 오른쪽은 ‘워킹 인 퍼트’ 로고를 붙인 그의 셔츠. 코오롱스포츠 제공

■ 케빈 나 소니오픈 우승의 원동력 ‘워킹 인 퍼트’ 분석해보니

홀 인 순간 공 낚아채는 동작

늑장플레이 고치며 생긴 습관

2019년 우즈가 따라해 화제

‘케빈 시그니처 퍼트’ 로 유명

티 4개 꽂고 헤드궤도 연습 중점

짧은 퍼트시 직각 접근에 효과

골프에서 먼 거리 퍼트를 홀에 붙이거나, 짧은 퍼트를 놓치지 않고 백발백중으로 성공한다면 극찬이 쏟아진다. 이런 날 주말골퍼라면 라이프 베스트의 ‘그날’이 되고, 프로라면 우승컵을 품게 된다. 지난 18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 우승을 차지한 재미교포 케빈 나(나상욱·38·사진)가 그랬다. ‘짠물 퍼팅’이 우승의 비결이었다.

투어 라운드에서 퍼트의 비중은 전체 타수의 40% 안팎. 그래서 우승이 퍼트 수에 따라 결정된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케빈 나의 소니오픈 퍼트 수는 평범했다. 3언더파였던 첫날 퍼트 수는 28개(42%), 4언더파였던 2라운드는 29개(44%), 9언더파였던 3라운드는 25개(41%), 5언더파로 마친 마지막 날은 27개(41%).

하지만 그린 적중(GIR) 시 평균 퍼트 수는 다르다. PGA투어에서도 정상급 퍼트 실력을 인정받은 케빈 나는 지난 시즌 GIR 시 평균 퍼트 부문 5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단타자(평균 비거리 289야드·191위)라는 핸디캡을 정확도 높은 쇼트게임과 퍼팅으로 극복해온 것. 이번 시즌 초반까지 이 부문 140위권에 머물던 케빈 나는 소니오픈에서 4일간 GIR 시 평균 퍼트 수 1.636타로 전체 6위였다. 대개 그린 적중률이 높을수록 퍼트 수는 많아지기 마련. 소니오픈에서 그린 적중률이 76%대로 높았던 케빈 나는 9언더파 61타를 몰아친 3라운드에서는 1.533타로 1위였다. 이 덕분에 4일간 이글 1개, 버디 24개를 뽑아냈고 보기는 3개로 막았다. 특히 4라운드에서 보여준 ‘클러치 퍼트’ 솜씨는 발군이었다. 13번 홀(파4)에서 4m 거리의 쉽지 않은 버디 퍼트를 집어넣더니, 14번 홀(파4)에서도 3m 버디를 추가해 4명의 공동선두에 합류했다. 15번 홀(파5)에서는 선두경쟁 압박감에도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순식간에 단독선두가 됐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보탰다. 승부처에서 모두 ‘원’ 퍼트로 깔끔하게 마무리, 승기를 잡은 것.

케빈 나는 퍼팅을 하고 바로 다가가 공을 낚아채는 이른바 ‘워킹 인(Walking-in) 퍼트’ 동작으로 유명하다. 퍼트한 공이 원하는 지점을 지나가면 왼발로 크게 한 발짝 내디디고, 왼손을 뻗어 공이 홀에 들어가자마자 잡는다. 케빈 나의 시그니처. 2019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같은 조였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케빈 나의 동작을 따라 해 화제가 됐다. 케빈 나는 셔츠 뒷면에 워킹 인 퍼트 모습을 로고처럼 새겨 넣었다. 케빈 나의 트레이드마크 동작은 슬로 플레이어를 고치는 과정에서 생긴 습관이고, 이로 인해 퍼팅 자신감을 얻게 됐다.

케빈 나의 퍼트 루틴은 위킹 인 퍼트를 제외하면 별다른 게 없다. 케빈 나는 홀을 향해 방향만 맞춘다는 생각으로 공을 쭉 밀어준다. 그런데 홀 주위 미세한 경사를 고려, 50㎝ 정도 더 보내는 강한 퍼트를 구사한다. 방향성이 좋고 퍼트에 힘을 싣기에 홀 뒷벽을 맞곤 한다.

케빈 나의 훈련법은 독특하다.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을 고안했다. 연습그린에서 티 4개를 정사각형으로 꽂고 퍼터 헤드의 궤도를 익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2m 전후의 짧은 퍼트에서 헤드가 공에 직각으로 접근하는 데 효과적이다.

PGA 통산 5승을 거둔 케빈 나는 최근 4시즌 연속 우승하는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케빈 나는 21세이던 2004년 최연소로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 PGA투어에 데뷔했지만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데뷔하고 7년, 211번째 대회 출전이던 2011년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두 번째 우승은 2018년 밀리터리 트리뷰트로, 첫 우승 이후 158대회 만이다. 그러나 두 번째 우승 이후 시즌마다 승수를 보태고 있다. 최근 4시즌 누적 승수는 6위. 그의 앞에는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이 8승, 저스틴 토머스와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6승),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브룩스 켑카(미국·5승) 뿐이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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