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 우니 인테리어 업체도 운다..번져가는 자영업 불황

조유미 기자 2021. 1. 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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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점포 생겨야 일감 생기는데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한 가게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인천 남동공단에서 14년째 가구 업체를 운영하는 심상호(42)씨는 작년 중순부터 주문이 뚝 끊겼다. 심씨의 주력 상품은 5~6명씩 붙어 앉을 수 있는 ‘스터디카페’ 책상이다. 한 달 평균 4건씩은 대규모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새로 문 여는 스터디카페는커녕 폐업 업체가 우후죽순 쏟아지며 중고 책상이 거의 ‘공짜 가격’으로 시중에 나온 탓이다. 심씨는 “그나마 사람간 비말을 막아주는 ‘소규모 칸막이' 주문으로 근근이 버티는데, 월 매출이 코로나 이전보다 60% 넘게 줄어든 상태”라고 했다.

요즘엔 가구를 사갔던 고객들 전화가 부쩍 걸려온다. “책상을 무상으로 가져가 주실 수 없느냐”는 문의가 코로나 이후 한 달에 1건꼴로 온다는 것이다. 심씨는 “지난주에도 2t에 달하는 가구 처리가 막막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사업장 공간에 한계가 있어 받아야 자리만 차지하고, 우리도 마냥 받을 순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 식당, PC방들도 직격탄을 맞았지만 신규 점포가 생겨야 일감이 생기는 우리도 여파가 심각하다”고 했다.

코로나 영업제한의 여파가 식당·PC방·노래방 등 자영업자들을 넘어 인테리어, 가구, 집기류 판매 업체 등 후방 업종으로까지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이런 업종 종사자들은 “집합금지 조치 등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보니 나서서 시위를 할 수도 없고 속이 탄다”고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전국 자영업자 수는 542만2000여명으로 한달새 10만1000명 줄었다. 창업보다 폐업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부산 북구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김현우(44)씨는 작년 5월에 받은 2000만원짜리 한식집 인테리어가 마지막 ‘식당 계약'이 될 지 몰랐다. 그 이후로는 식당들의 인테리어 의뢰가 완전히 끊겼다. 김씨는 “식당 인테리어는 30평 정도면 한 달쯤 걸려, 1년에 계약 5~6건만 따내도 될 정도로 괜찮은 계약”이라며 “보통 10번 정도 문의하면 1건은 계약을 했는데, 작년에는 20~30건씩 문의를 받았지만 실계약 건수는 제로(0)″라고 했다.

주문이 귀하다보니, 돈이 크게 안 되는 소규모 인테리어도 ‘후려치기’ 수준으로 단가가 낮아졌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7년째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한다는 손모(34)씨는 “간혹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고 식당 창업을 알아보러 오는 고객이 있는데, 업체들이 서로 잡으려고 하다보니 과거엔 평당 150만원이었던 인테리어 비용이 요즘은 80만원까지 내려갔다”고 했다.

업체들간 화물을 실어날랐던 운전기사들도 덩달아 일감이 뚝 끊겼다. 가구 업체에서 물품을 받아 PC방 신규 가맹점에 배달하는 3.5t 화물차 기사 오모(60)씨는 “화물 기사 중에는 한 업체와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물량을 꾸준히 받아 고정 수익을 내는 이들이 많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가구 공장에서 한 달에 7~8건씩 일을 받았는데, 요즘은 두 달에 1건 있으면 다행인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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