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FI 기소 근거 있나"[이세진의 현장에서]

2021. 1. 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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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측 의뢰를 받아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한 회계사에 법적 책임을 묻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고 과도합니다."

한 회계사는 "회계감사, 자본시장법에서 요구하는 합병 비율 등을 산정할 때는 법적 책임이 당연히 따르지만, 풋옵션이라는 주주 간 계약 사항에 대해 자문을 제공할 때는 회계법인을 고용한 FI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이번 기소건에서 문제가 된 가치평가 방법도 일반론적인 시각에서 절차가 잘못돼 있다거나 일반적이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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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측 의뢰를 받아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한 회계사에 법적 책임을 묻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고 과도합니다.”

회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검찰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다. 안진회계법인에 공정시장가치 산출을 의뢰했던 재무적투자자(FI) 관계자 2명도 함께 기소됐다. 교보생명에 투자했던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FI가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이 공정시장가치 평가를 FI에 유리하게 산정했다는 혐의다.

교보생명과 FI 간 갈등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은 2012년 어피너티 등 FI 컨소시엄과 투자 계약을 맺었다. 당시 FI는 교보생명 지분 24% 가량을 인수하면서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에 담았다. 상장이 불발되면 신 회장이 투자자들의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교보생명은 기간 내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했다. FI 측은 안진회계법인에 풋옵션 가격 산정을 위한 밸류에이션을 의뢰했고, 결국 현 사태까지 이르렀다.

공정하고 투명한 가치평가를 하는 것이 회계사 본연의 업무이기는 하다. 그러나 회계법인들은 회계감사, 세무 외에도 M&A 등 ‘재무자문’도 주요 서비스로 제공한다. 특정 기업의 M&A를 자문할 때는 해당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이해충돌 방지 조치도 마련돼 있다.

한 회계사는 “회계감사, 자본시장법에서 요구하는 합병 비율 등을 산정할 때는 법적 책임이 당연히 따르지만, 풋옵션이라는 주주 간 계약 사항에 대해 자문을 제공할 때는 회계법인을 고용한 FI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이번 기소건에서 문제가 된 가치평가 방법도 일반론적인 시각에서 절차가 잘못돼 있다거나 일반적이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계약도 이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약에는 풋옵션 행사시 FI와 신창재 회장 측이 ‘각각’ 평가기관을 선임해 평가액을 교환하고, 평가액의 차이가 10% 이하일 경우에는 평균 가격을, 10% 초과시에는 제3의 감정기관의 평가액을 풋옵션 행사가격으로 정하기로 돼 있었다.

FI 측은 “투자자들은 안진회계법인을 평가기관으로 선정, 평가액을 제시한 것이지만 신 회장은 평가기관 선정조차 하지 않고 절차를 보이콧했다”고 주장했다.

당장 회계업계는 향후 재무자문 제공에 리스크가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주주 간 계약 불이행에 따른 갈등이 제3자의 법적 책임 공방으로 비화된 사례가 판례로 남게 될까 투자업계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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