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을 위한 한 걸음 한 걸음 [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장윤미(성지지역아동센터) 2021. 1. 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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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 민족으로 살아왔습니다.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기도 했고요.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많은 것이 바뀌었고, 이제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가 한 지붕 아래 엮이면서 국제결혼이 늘어난 까닭입니다.

그런데 국제결혼한 가정 중에 더러 문화의 차이 등으로 아픔을 겪는 사례가 있습니다. 내국인끼리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하고도 성격차이를 이유로 이혼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화와 성장배경이 다른 외국인 간의 결혼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우리 센터에도 머나먼 캄보디아에서 시집을 와서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지만, 나이차가 많은 남편의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언행으로 인해 아동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 집을 구해 나온 모녀가정이 있습니다.

엄마는 아동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밝은 미래를 꿈꿨습니다. 꾸준히 센터와 상담하며 한국어능력자격을 급수 단계별로 취득했고, 야간학습을 통해 초등학교 검정고시에도 합격했습니다.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진 남편이 모녀의 행방을 알고 찾아와 힘들게 하는 일도 있었지만, 이혼 이후 새로운 삶을 준비했습니다.

기존에 살던 집은 마땅한 가구도 없고, 곰팡이가 피고, 겨울에는 웃풍이 심했습니다. 게다가 옆집에 남자분들만 살다 보니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도 없고, 모녀가정이 살기에는 불편한 환경이었습니다.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센터가 발벗고 나서 전세자금과 월세지원 공모사업에 신청을 하게 됐고, 다행히 지원을 받게 돼 이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센터에서 이사할 집을 함께 알아보고, 이사할 때는 큰 짐이 없어 센터 차량으로 이삿짐을 날랐습니다다. 이후 필요한 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엄마와 상의해 하나하나씩 마련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집다운 집의 구색이 갖춰졌지요.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현관문에 도어록이 설치된 공간은 모녀가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가정의 형태가 됐습니다.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따사롭고, 창 밖의 화단은 바라볼 때마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침대에 처음 자 보는데 정말 좋아요”라며 환한 미소를 짓는 아이를 보면서 앞으로 더욱 행복한 나날들을 기대해 봤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지금 예전 공장보다는 급여가 적어졌지만, 외국인 노동자 상담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일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시간이 날 때에는 예전 공장에 아르바이트도 하고, 중학교 검정고시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하십니다. 두 모녀는 자신들이 행복하게 웃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며, 성지지역아동센터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두 모녀는 새로운 삶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장윤미(성지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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