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무엇인가? '견원지간' 된 김보름과 노선영, 법정에서 대결

성백유 2021. 1. 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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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왼쪽부터)가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순위 결정전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취 재 일 : 2018-02-21 강릉 | 최승섭기자(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왕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갈등 관계였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28, 강원도청)과 노선영(32)이 법정에서 마지막 대결을 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김보름이 지난해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낸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20일 진행했다.

김보름은 소장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노선영의 허위 주장으로 엄청난 지탄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후원마저 중단돼 경제적 피해도 입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 종목 출전 준비를 위해 쇼트트랙 훈련장에서 별도의 훈련을 한 것이고, 오히려 노선영이 훈련 중 심한 욕설로 팀 분위기를 해쳤다고 했다. 김보름은 동료와 지도자들의 사실 확인서도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선영 측 대리인은 “폭언과 폭행이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판단을 따라야겠지만 사회상규를 위반하지 않은 정도였다”고 했다. 또 “만약 그것이 불법행위가 된다 해도 불법행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이 시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게 맞는지, 김보름이 실제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인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원고이름을 빌려 대리로 진행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홍식 전 관리위원장은 “연맹은 이제 겨우 관리단체를 벗어났다. 법정에서 임원 선임조차 하지 않은 연맹을 거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대회 당시 한팀으로 출전한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23)는 모두 한국체대 출신으로 노선영이 가장 선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과 관련, 2018년 5월 23일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왕따’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는 “김보름 선수가 고의로 마지막 바퀴에서 속도를 냈거나, 노선영 선수가 일부러 늦게 주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목표를 상향 조정했던 작전이 실패했다. 선수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던 경기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은 2018년 2월 19일 벌어진 평창 올림픽 여자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 준준결승전에서 탈락했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노선영이 크게 뒤처져 들어왔다.

팀추월 경기는 세 명의 선수가 모두 골인 지점을 통과한 시간으로 순위를 가린다. 그 때 일부 언론에서는 김보름과 박지우가 고의로 노선영이 따라오지 못하게 빨리 달렸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더구나 노선영이 대표팀 기자회견에 나타나지 않고 ‘훈련을 할 때에도 따돌림이 있었다’는 주장을 해 ‘왕따 논란’은 큰 이슈로 번졌었다.

그 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보름 선수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최단 기간 참여자 5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침묵하던 김보름은 2019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0년부터 (노선영에게)괴롭힘을 당했다. 가해자가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 쉬는 시간에 라커룸으로 불려가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폭언을 들을 때가 많았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코치 선생님께서 ‘오늘 한 바퀴 30초 랩 타임으로 타라’고 하면 저는 30초를 맞춰 탔다. 그런 날은 노선영이 스케이트 타면서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천천히 타라고 했다. 늘 저의 훈련을 방해했다”라고 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김보름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특정 감사 결과 김보름 등이 고의로 속력을 낸 것이 아니라는 문체부의 결론으로 명예 회복은 됐지만 부정적인 시선을 완전히 씻어낸 건 아니었다.

대학에서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선-후배의 법정 소송은 빙상계의 해묵은 갈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sungbaseba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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