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역대 가장 빨리' 녹은 그린란드..유례없는 속도 계속될 듯
지난 2019년, 그린란드에선 한해 동안 5,320억 톤의 빙상(ice sheet 대륙 빙하)이 녹아내렸다. 7월 한 달에만 2,230억 톤이 녹았는데, 이는 2000년대 1년 평균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해에 거쳐 녹아야 될 양이 단 한 달 만에 녹은 것이다. 1년 동안 녹은 5,300억여 톤의 빙상은 바다로 유입되면서 지구 전체 해수면을 1.5mm 정도 상승시켰다. 해수면은 기후변화로 보통 1년에 3~4mm 정도 상승하는데, 2019년엔 그린란드 혼자 1.5mm를 끌어올린 셈이다.
이처럼 그린란드에서의 빙상 손실은 해수면 상승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10~20년간 해수면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도 그린란드의 빙상 손실이다. 물에 떠 있는 해빙과 달리 육지를 덮은 얼음들은 녹는 만큼 그대로 해수면을 높이기 때문이다. 얼음컵에 있는 얼음이 녹는다고 얼음컵의 높이가 변하지 않지만, 외부에서 물을 넣으면 높이가 상승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문제는 이런 그린란드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금 나와 있는 IPCC 보고서(5차)**의 결과도 육지 위의 빙하들에 대한 내용을 담진 못했다. 실제론 우리가 지금 예측하고 있는 기후변화보다 기온은 더 빠르게, 해수면은 더 높게 상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 물론 북극해에 있는 해빙이 녹으면 수면이 상승한다. 바닷물은 소금이 없는 순수한 물과 다르기 때문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 : 6차는 현재 작성 중이고, 6차에는 대륙 빙하에 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 예측 어려운 그린란드
역대 최고 속도로 녹아가는 그린란드에 대해 우린 아는 것이 많지 않다. 그린란드나 남극처럼 육지 위에 있는 얼음들은 녹는 즉시 녹는 양만큼 해수면 상승을 유발한다. 그만큼 기후변화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요소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인 기후 예측 모델에도 빙상 손실에 대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다.
그린란드처럼 육지 위에 있는 얼음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최대 3km가 넘는 두꺼운 얼음 자체가 관측을 어렵게 한다. 그린란드 빙상에 대한 자료는 같은 북반구 고위도 지역인 북극의 해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변동성을 예측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크기만큼 빙상이 받는 엄청난 압력도 예측을 더 어렵게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인 예측 모델들은 여러 가지 물리 방정식을 토대로 기후를 예측한다. 그런데 거대한 압력을 받는 빙상은 완전한 고체도 완전한 액체 상태도 아니다. 마치 치약이나 페인트 같은 상태(non-newtonian fluid)인데, 이런 물질들은 기존의 모델들이 기초로 하는 물리법칙을 따르지 않아 예측이 힘든 것이다.
● 그린란드의 미래는?
1990년대 연간 330억 톤이 녹던 그린란드는 2000년대 들어서는 연간 2,300억 톤이 녹으며 속도가 7배나 빨라졌다. 지구 온난화로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그 추세가 심상치 않다. 그럼 5,300억여 톤이 녹은 지난 2019년의 속도도 이 추세 중 하나일까? 아니면 특정 해의 예외적인 경우로 봐야 할까? 그린란드의 미래는 괜찮은 것일까? 최근 해외 연구팀이 과거 12000년 전부터 미래 2100년까지의 그린란드의 빙상 손실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최근 그린란드에서 생긴 빙상 손실은 지난 12000년 동안 없었던 큰 손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린란드에서 녹는 빙상이 자연의 조절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의 빙상 손실에 대해선 최근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는 기존 IPCC의 기후 자료들을 육지의 얼음만 예측하는 새로운 모델에 넣어 빙상의 손실을 계산했다. 그 결과,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 21세기 내에 얼음이 8조 8천억 톤(RCP 2.6*)에서 35조 9천억 톤(RCP 8.5)까지 사라질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그린란드의 기후는 RCP 8.5 시나리오에 가깝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세기 말까지 그린란드에서만 36조 톤 가까운 얼음이 녹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예측대로라면 남은 21세기에만 그린란드 혼자 해수면을 10cm 가까이 상승시킨다는 이야기다.
*RCP(기후변화 시나리오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 2.6(온실가스 저감을 많이 한 시나리오), 8.5(온실가스 저감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시나리오)
● 온난화 부추기는 북극 이웃들
북반구는 남반구보다 온난화가 빠르다. 특히 저위도와 중위도보다 북극과 그린란드가 위치한 고위도에서 그 효과가 더 크다. 북극해와 그린란드의 지역적 특성도 온난화를 가속시키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기온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북극해 지역은 더 많은 태양열을 받게 되고,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은 해수면 상승으로 주변의 얼음과 더 접촉하며 북극해 얼음을 더 빠르게 녹이기 때문이다. 작년 7월 북극 빙하의 면적은 역대로 가장 적었고, 겨울에도 역시 역대 최저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북극 기온은 이번 겨울 평년보다 5℃ 정도 높았다. 주변의 환경 역시 그린란드의 미래에 결코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미래는 바뀌겠지만, 하얀 그린란드의 미래는 아직은 어둡기만 하다.
<참고문헌>
JJason P. Briner et al., "Rate of mass loss from the Greenland Ice Sheet will exceed Holocene values this century", nature(2020) 586, 70–74, doi.org/10.1038/s41586-020-2742-6
Ingo Sasgen et al., "Return to rapid ice loss in Greenland and record loss in 2019 detected by the GRACE-FO satellites", nature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2020) volume 1, doi.org/10.1038/s43247-020-0010-1
서동균 기자wind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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