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전리품?' 웹툰 속 성차별 사례 살펴보니

임재우 2021. 1. 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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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500억원에 그쳤던 웹툰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급성장하는 시장규모에 비해 웹툰 속 여성혐오적 묘사와 설정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도 교정은 더디다.

웹툰이 성차별적·여성혐오적 편견과 고정관념의 '1차원적 재현'이 되지 않도록, 창작자·플랫폼·자율규제위원회 등 웹툰 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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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WCA·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20년 네이버·카카오 인기 웹툰
성평등 관점서 모니터링 보고서
서울 YWCA ‘웹툰 모니터링 보고서’ 갈무리

#1.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상황. 남성 주인공은 컴퓨터 게임에서 이겨 돈·음식 등 전리품을 얻으면 현실에서도 물질적 보상을 얻게 된다. 그가 여자친구를 갖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후 게임 내 여성 캐릭터가 현실에 실제로 나타난다. 등장한 여성 캐릭터는 “오빠가 입어보래서 입어보긴 했는데 언제까지 입고 있어야 해? 이 옷 불편한데”라고 말한다. 남성 주인공은 “그럼 내가 벗겨...아니, 옷 갖다줄게!”라고 말한다.(12살 이용가 네이버 웹툰 중)

서울 YWCA ‘웹툰 모니터링 보고서’ 갈무리

#2. 환각성 약물인 ‘홀리쥬스’를 마신 뒤 가상의 세계에서 강력한 힘을 갖게 된 남성이 자신의 강력한 힘에 관해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나체의 여성들이 남성을 둘러싼다. 남성은 여성들의 신체를 만지며 말한다. “신기할 정도로 선명하게 느껴지지. 이건, 우리 시대에 피우던 풀떼기랑은 아예 차원이 다르다니깐? 끌끌끌∼”(18살 이용가 네이버 웹툰 중)

2013년 1500억원에 그쳤던 웹툰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케이티 경제경영연구소 2019년 통계) 급성장하는 시장규모에 비해 웹툰 속 여성혐오적 묘사와 설정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도 교정은 더디다.

서울 YWCA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 12일 2020년 인기 웹툰 53편을 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한 ‘웹툰 모니터링 보고서’(2020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인기 웹툰은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 페이지의 요일별 인기순위 상위 4위 내 등재된 웹툰으로 골랐고, 이중 성차별적인 웹툰은 16회차가 발견됐다.

“무능한 여성 캐릭터는 ‘애교’가 생존방식” - 복학왕

서울 YWCA ‘웹툰 모니터링 보고서’ 갈무리

#‘3. 봉지은’은 작중에서 무능하게 그려지는 여성 캐릭터다. 봉지은을 포함한 세 캐릭터는 기업의 인턴인데, 다른 두 캐릭터에 비해 봉지은은 기본적인 업무 능력조차 부족하고 회사 내 태도도 부적절하게 묘사된다. 그런 봉지은에게 “새로운 생존방식”은 애교다. 이를 본 팀장의 호감을 사면서 둘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게 암시된다. 주인공은 팀장에게 “(봉지은과) 잤어요?”라고 묻고 팀장은 “ㅋ!!”라고 답한다.(15살 이용가 네이버 웹툰 ‘복학왕’ 중)

보고서는 복학왕 중 ‘봉지은’의 묘사가 ‘성차별적 고정관념’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독수리 타법에, 보고서도 제대로 못 만드는 무능한 여성 인턴이 팀장한테 애교를 부린 뒤 정규직을 꿰찬다는 줄거리”가 여성이 자신의 능력이 아닌 성적 매력으로 성공한다는 전형적인 여성혐오적 인식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보고서는 봉지은과 연애를 하게 되는 ‘팀장’에 대한 묘사도 문제적이라고 보고있다. 팀장은 작중에서 과거 학생시절 “성적표가 바뀌면 마누라의 얼굴이 바뀐다” “인기 없는 남성은 공부라도 잘해서 능력을 쌓아야 여성을 얻는다”는 등의 신념으로 공부를 해 대기업에 입사한 인물로 그려진다. 보고서는 이러한 설정이 “여성은 남성의 능력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왜곡된 성인식을 강화하기에 문제적”이라고 짚었다.

“싸움에서 패한 뒤 강간 시도” - 헬퍼

서울 YWCA ‘웹툰 모니터링 보고서’ 갈무리

#4. ‘피바다’라는 여성 인물이 ‘극악무도’라는 단체와 싸운다. ‘피바다’가 싸움에서 패하자 ‘극악무도’라는 단체의 사람들은 “뭐해? 당장 발가벗기지 않고” “네 년에게 사내의 무서움을 알려주마” “각오해라 이 년! 그동안 여자 주제에 잘도 시건방을 떨었겠다”라는 말과 함께 피바다를 강간하려 한다. 피바다는 ‘강철속옷’을 입고 있어 강간을 피하지만 대신 심한 구타를 당한다.(18살 이용가 네이버 웹툰 ‘헬퍼’ 중)

보고서는 여성혐오적 내용으로 논란이 된 ‘헬퍼’도 ‘성폭력을 여성을 지배하는 방법’으로 묘사한 사례로 든다. 보고서는 극 중 등장하는 “내가 못 먹는 것은 남도 절대 먹지 못하게 해야지” “여자 주제에 잘도 시건방을 떨었겠다” 등의 대사가 “성범죄를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그려내며 스토리 전개를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누나를 돌려 받는다” - 인생존망

서울 YWCA ‘웹툰 모니터링 보고서’ 갈무리

#5. ‘장안철’은 학창시절 ‘김진우’를 괴롭혔던 비행 청소년이다. 장안철은 김진우의 저주를 받아 과거의 김진우 몸으로 들어갔으며,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김진우의 인생을 망친 사건들을 해결해야 한다. 장안철은 짝사랑하던 여성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에 “누나 내놔” “누나를 돌려 받는다” “주인공의 히로인을 뺏어가”라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15살 이용가 네이버 웹툰 ‘인생존망’ 중)

보고서는 모니터링한 웹툰에 여성이 ‘남성 권력에 대한 보상’이나 ‘소유가능한 객체’로 묘사되는 설정, 장면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웹툰 ‘인생존망’에서 여성 캐릭터를 자신의 소유물로 간주하는 발언이 반복되는 것을 사례로 든다. 극중 캐릭터인 ‘장안철’은 짝사랑하는 여성이 다른 남성과 손을 잡았는지, 룸카페를 갔는지 등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보고서는 “해당 회차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희화화했지만, 여성을 소유가능한 존재로 보는 시각은 여성을 객체화하기에 문제적”이라고 보았다.

“웹툰 속 폭력, 여성폭력 정당화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서울 YWCA ‘웹툰 모니터링 보고서’ 갈무리

이외에도 보고서에는 남성 캐릭터의 강간 미수가 여성 캐릭터의 ‘러브라인’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는 장면, 뚱뚱한 여성의 애정표현으로 남성이 멀리 날아가는 식의 묘사가 등장하는 장면 등을 성차별적 표현들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웹툰은 스토리가 있는 예술 작품이다. 웹툰이 담아내는 폭력이 여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는지, 혹은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을 사소하게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웹툰이 성차별적·여성혐오적 편견과 고정관념의 ‘1차원적 재현’이 되지 않도록, 창작자·플랫폼·자율규제위원회 등 웹툰 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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