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의 뉴스1픽]냉장고만큼 비싼 휴대폰, 분리공시하면 좀 싸질까요?

강은성 기자 2021. 1. 21. 08: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같이 비싸게 사자' 오명 쓴 단통법, 분리공시로 해법 찾을까
방통위 "분리공시제, 제조사 글로벌 가격정책 악영향" 지적 해결 했나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최신 갤럭시S21, 이동통신사 공시지원금 27만원 + 삼성전자 판매장려금 23만원"

앞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이런 문구를 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이 공시하는 '공시지원금' 외에 삼성전자나 LG전자가 '판매장려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분리공시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리공시제도를 도입하는 목적은 2년에 한번 꼴로 교체해야 하는 스마트폰 가격이 10년 이상 사용하는 냉장고 가격과 맞먹는 수준으로 비싸기 때문입니다.

휴대폰 단말기를 '다같이 싸게' 사기 위해 만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다같이 비싸게 사는 법'이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입니다.

이에 최대한 많은 보조금을 받아 이용자의 스마트폰 구매 부담을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단말기 '출고가' 자체를 인하하도록 제도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분리공시제를 추진한다는 것이죠.

◇분리공시제란 무엇일까요?

현재 단통법에 따라 단말기 보조금은 이동통신사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는 '공시지원금'만 지급해야 합니다. 여기에 유통점 재량으로 추가 15%까지 지급하는 지원금까지는 허용됩니다.

그런데 휴대폰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유통점들은 단말기를 판매할 때마다 추가 '리베이트'를 받습니다. 일선 현장에선 이 리베이트의 대부분이 이용자에게 '불법 보조금'으로 흘러들어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본사 정책'이라는 명목 아래 스팟성(초단기간)으로 뿌려지는 리베이트는 길면 일주일, 짧으면 수시간만에 휙휙 바뀌기도 합니다. 제품을 판매했다고 해당 유통점이 받는 '인센티브'로 보기는 어렵고 이 리베이트만큼 이용자들에게 단말기 가격을 깎아주는 불법 보조금으로 사용되는 셈입니다.

리베이트 재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으나 업계는 리베이트가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으로 대부분 조성된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동통신사가 공시하는 지원금 외에 비공개로 제조사를 통해 지급되는 판매장려금이 불법보조금을 양산하는 원인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방통위가 분리공시제를 어떤 형태로 운영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재 이동통신사가 공시지원금을 홈페이지에 알리는 것처럼 제조사도 판매장려금 액수를 구체적으로, 공시지원금과 '분리'해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분리공시제'의 주 내용입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샵에 S21 시리즈 관련 제품 홍보물이 전시돼 있다. 2021.1.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특히 방통위는 제조사가 단말기 대당 판매장려금을 반영해 출고가를 비싸게 책정하고, 특정 유통창구에만 장려금을 지급해 가격을 할인해 주는 형태로 판매함으로써 이용자를 차별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고가가 150만원으로 책정됐다. 제조사는 이 제품에 당초 100만원의 출고가를 책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하지만 판매장려금 등 마케팅 비용을 고려해 150만원으로 부풀린다. 이후 50만원은 판매장려금으로 유통망에 지급해 마치 '고가의 제품을 크게 할인해준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판매를 촉진시킨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을 받지도 못하고 출고가 전액을 '제 값'주고 사주는 '호갱님'(물정을 모르고 어수룩하게 당하는 소비자를 속되게 칭하는 말)도 꽤나 많기에 제조사 입장에선 이래저래 이득이다."

이런 시각이 판매장려금 분리공시제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분리공시제가 정말 폰 가격을 낮춰줄수 있을까요?

분리공시제가 정말 냉장고 값과 맞먹는 스마트폰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춰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분리공시제는 방통위가 단통법을 제정하던 당시부터 도입을 추진했던 사안입니다. 하지만 당시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 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었지요.

모델별 한국 내수시장 판매량은 글로벌 판매량의 5% 남짓인데, 전세계적으로 공식 발표되는 출고가에서 한국 이동통신사에 제공하는 판매장려금을 분리해 공개하면 회사의 글로벌 마케팅 및 가격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판매장려금은 세계 각국 이동통신사와의 마케팅 협약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한국 통신사와의 마케팅 계약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차후 타 국가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조사들은 이같은 부분을 국회에 적극적으로 어필했고, 이에 단통법에서 최종적으로 분리공시제는 빠진 채 입법이 됐던 것입니다. 당시 제조사들은 자사 이익을 위해 입법을 총력 저지했지만, 실제 글로벌 시장 상황과도 맞지 않는 무리한 제도였던 셈입니다.

최근에는 이같은 상황이 좀 변했을까요? 오히려 단말기 출고가격에 대한 정보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공유되면서 각국의 세금이나 유통비용으로 인한 작은 차이만 있어도 곧바로 비교대상이 되기 일쑤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분리공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일까요.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 질문에 대해 "제도 도입을 위해 우리가 모든 부분에서 조사를 해 봤는데 (판매장려금을 국내에서 공시한다고 해서 해외 출고가에 타격을 입는 등의) 데이터는 전혀 없고 따라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답했습니다.

◇단통법도 '평등'했지만 다같이 비싸게 사는 법이 됐듯이....

단통법 '트라우마'도 분리공시제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요인입니다.

단통법은 휴대폰 구입가격을 낮추고 보조금을 투명하게 지급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법의 취지와 다르게 '다같이 비싸게 사는' 법으로 질타를 받고 있지요.

당초 단통법은 유통점이나 특정 집단상가, 온라인 등 판매처별로 모두 다른 지원금이 이용차 차별을 유도한다고 보고,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공시해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구입하든 동일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만약 이동통신사가 지원금을 올리면 전국의 모든 이용자가 상향된 지원금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런데 단통법 제정을 놓고 국회가 심의하던 도중, 원안에는 있지도 않았던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이라는 것이 갑자기 끼어들어갑니다. 당시 단통법을 준비했던 실무자들은 '초안에는 없었던 내용'이라고 기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었지요.

결국 단통법은 제정 취지와 달리 '33만원'이라는 상한선이 붙은 기형적인 구조로 시행됩니다. 왜 33만원이 기준인지에 대한 설명은 아무도 하지 못했습니다. 단통법이 '다같이 비싸게 사는 법'이라는 악명이 붙은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이후 33만원 상한선은 단통법 시행 3년 이후 일몰돼 폐지됐지만, 이후로도 이동통신사들은 특이사항이 없는 한 신제품의 공시지원금을 30만원 이상으로 설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특정 유통점에만 보조금을 뿌리면 100억원 정도면 해결될 일을,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수천억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동통신사들은 공시지원금 수준 자체를 낮출 수 밖에요.

분리공시제가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판매장려금을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했을 때, 이걸 '다같이 싸게' 살 수 있도록 돈을 펑펑 뿌려댈 기업이 몇이나 될까요? 전체에 적용해야 하니 '평등'은 하겠지만 '싸다'는 목적은 달성하기 힘들겁니다.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 냉장고만큼 비싼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 날이 제발 왔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부디 "그냥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는 말만 안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sth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