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이 대화, 기침보다 더 코로나 위험 크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에서는 대화가 기침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더 잘 퍼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카페에서 마스크를 턱에 걸고 이야기하면 상대의 얼굴에 기침을 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의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페드로 데 올리비에라 박사 연구진은 2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A’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환기가 잘되지 않는 실내에서는 바이러스가 수 초에 2미터 이상 퍼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며 “코로나 전염을 막으려면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 부족하고 마스크 착용과 환기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말을 하면 공기 중 바이러스 증가시켜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는 감염자가 기침을 하거나 말을 할 때 침방울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진다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침방울보다 훨씬 작은 에어로졸(공기 입자)을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확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10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실내에서 바이러스 입자가 퍼지는 과정을 수학 모델로 분석했다. 그 결과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에서 두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화를 하면 기침을 하는 것보다 더 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침을 할 때 나오는 침방울은 크기가 커 바로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말을 하면서 나오는 에어로졸은 입자가 작아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떠다니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상 실험에서 0.5초 간 기침을 할 때 나오는 바이러스 입자는 1~7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면 30초 동안 말을 할 때 발생한 바이러스 입자는 30분이 지나야 기침을 할 때와 같은 수준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결국 말을 할 때 발생한 바이러스 입자는 공기 중에 더 오래 머물면서 감염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면 사정이 달라졌다, 마스크는 숨을 쉴 때 나오는 입자를 차단하거나 운동량을 줄여 공기에 떠다니는 바이러스 입자의 양을 크게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환기도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낸다. 연구진은 감염자가 한 시간 동안 실내에서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이 감염될 위험이 20% 증가하지만, 한 시간에 10번 정도 환기를 하면 감염 위험이 3분의 1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올리비에라 박사는 “환기는 실내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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