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회교과서 같은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한미희 2021. 1. 2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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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 "작품과 연기 통해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배우 몫"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노동의 가치가 퇴색되어 가는 이 시대에 필요한 사회 교과서 같다. 딱딱하기보다는 따뜻한 교과서다.

[홍시쥔/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뻔한 사실을 나열하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 사회를 이루는 사람, 사회의 근간이 되는 노동자의 삶에 다가가 위로와 온기를 전한다. 퍽퍽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사람들이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용기와 온기를 잃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담담하게 설득한다.

정은(유다인)은 회사의 부당한 권고사직 요구를 거부하고 하청업체로 파견 명령을 받는다.

하청업체는 송전탑을 보수·관리하는 현장. 같이 일해본 적 없는 원청의 여자 직원이 반갑지 않은 소장은 정은을 그만두게 만들라는 원청의 압박에 시달리고, 다른 직원들은 혹여나 자리를 빼앗길까 경계한다.

어떻게든 1년을 버티고 원청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은 정은은 현장에서라도 일하겠다며 고군분투하고, 생계에 허덕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막내(오정세)가 말없이 돕는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홍시쥔/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은을 연기한 배우 유다인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하고 싶다'가 아니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당시 KTX 승무원(고용 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그분들의 절박함, 간절함이 느껴졌는데, 제가 그걸 어디 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저는 연기하는 사람이니까 이 시나리오를 통해 이야기하고, 공론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대중들이 뉴스를 통해 아는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그는 "작품과 연기를 통해 이런 사회적 문제들을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배우의 몫이라는 생각도 이 작품을 하면서 하게 됐다"라고도 했다.

"사회 문제, 노동 문제를 공부하는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인물에 집중했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분들이 이런 일을 당하고 굉장히 갑갑했겠다, 절박했겠다 느끼는 게 컸어요."

배우 유다인 [프레인TP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에는 원청과 하청으로 구분 지어지는 노노 갈등부터, 성차별까지 여성 노동자가 겪는 현실들이 반영돼 있다.

실제 이태겸 감독은 "사무직 중년 여성이 지방 현장직으로 부당 파견되었는데 그곳에서 굉장한 치욕을 겪었음에도 결국 버텨냈다는 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어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은은 유다인의 11년 전 작품인 '혜화, 동'에서 부서질 듯 유약해 보이지만 동시에 강인한 혜화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만삭인 상태로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18살의 혜화와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동요하는 23살의 혜화는 자신의 모든 고통과 상처를 무표정한 얼굴 뒤에 감춘다.

정은 역시 분노와 억울함을 드러내지도, 미소와 화장으로 가리지 않은 채 자신의 길을 찾아 뚜벅뚜벅 나아간다.

유다인도 혜화와 정은 사이에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혜화, 동'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도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었고요. 이번에도 이건 내가 잘할 수 있겠다,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혜화가 정은이가 된 것처럼."

배우 유다인 [프레인TP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업무 중 발생한 사고로 동료가 목숨을 잃고 원청은 몇 푼의 보상금으로 덮으려 할 때 무표정했던 정은은 유일하게 분노하고 폭발한다. 몸싸움까지 있는 감정신이어서 중요하고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평소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은 아니지만, 대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은 직접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유다인은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라는 대사를 만들었다.

그는 "제가 정은이라면 그 말이 가장 하고 싶을 것 같았다"고 했다.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면서도 최소한의 안전 장비조차 보장해 주지 않는 현실에 쏟아내는 노동자의 절규를 체화한 배우의 답이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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