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때까진 끝난게 아니다?'..징검다리 개각에 술렁이는 세종관가

최훈길 2021. 1. 21. 0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각설 돌던 경제부처 장관 제외돼 설왕설래
"현 장관 재신임 결과", "文정부 순장조" 해석
정세균·홍남기·김상조 교체 맞물려 3월 개각설
산업·농림부에 의원 입각, 해수부 女 장관설도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이명철 김상윤 한광범 원다연 최정훈 기자] “최근에 기자들 전화가 쏟아진다. 뭐라고 답변은 하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우리 부처 장관이 바뀌는 건지, 롱런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개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A 경제부처 국장의 핸드폰에 불이 났다. 그는 연신 걸려오는 전화에 대응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장관이 오늘 발표한 개각 대상에서 왜 제외된 것인지’, ‘향후 개각 대상에 포함되는 것인지’ 등 질문이 잇따랐다. 하지만 속시원한 답변은 할 수 없었다. A 국장은 “대통령 머릿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2021년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2021년을 한국 경제 대전환의 시기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제공
靑 “집권 후반기, 언제든 개각 할 수 있어”

세종관가가 장관 개각설로 술렁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신임 장관 인사를 발표했다. 이 발표가 나오자 세종청사 경제부처에서 “우리 장관은 왜 빠졌지”라는 의문이 잇따랐다. 당초 개각설이 나돌던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들 부처에서는 “대통령이 현 장관을 재신임한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B 부처 관계자는 “그동안 ‘힘 있는 수장’이 온다는 개각 얘기가 계속 나와서 직원들이 혼란스러웠다”며 “오늘 개각에 포함 안 된 것은 우리 장관이 차질 없이 일을 수행하고 있어서 임명권자께서 개각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다”고 풀이했다.

C 부처 관계자는 “지난 1년여간 우리 장관이 차질없이 국정을 수행했다”며 “엄중한 방역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 방역 전문성이 높은 우리 장관을 교체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부처를 포함해 경제부처에서는 “우리 장관이 문재인정부 순장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교체 없이 대통령과 함께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D 부처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 부처에 중요한 업무들이 많다 보니 VIP(문 대통령)가 ‘업무 연속성’을 고려해 지금 장관을 믿고 가는 것 같다”며 “거론되던 청와대 수석, 민주당 의원이 다른 중책을 맡게 되면서 과거보다 개각 언급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E 부처 관계자는 “홍남기 부총리를 대체할 사람이 별로 없어서 부총리가 끝까지 갈 것이란 말이 많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부처 ‘3월 개각설’도 제기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총리직에서 사임하면 경제부처 연쇄 개각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집권 후반기 마무리와 성과 창출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개각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성윤모 산업부 장관, 이재갑 고용부 장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문성현 해수부 장관의 개각 불씨가 꺼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F 부처 관계자는 “이번에 개각설이 돌던 경제부처가 제외된 것은 하마평에 오른 정치인 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뭔가 결격사유가 발견된 것”이라며 “설 전후로 경제부처 몇명을 교체하거나 3월에 총리·부총리가 동시에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신임 장관으로 입각해 야당 공세에 ‘방어형 내각’을 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법무부(박범계), 환경부(한정애), 중기부(권칠승), 문체부(황희)에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장관으로 지명됐다.

산업부 장관 후보군에는 조정식(59·5선), 정태호(59·초선)·우원식(65·4선)·이장섭(59·초선) 민주당 의원 등이, 농식품부 장관 후보군에는 김현권(58) 민주당 전 의원, 해수부 장관 후보군에는 전재수(51·재선)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김상조 정책실장 거취, 경제부처 개각 최대 관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사진 앞줄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모습. [사진=연합뉴스]
홍 부총리 후임으로는 경제 관료들이 주로 거론된다.

고형권(58·행시 30회)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구윤철 국무조정실장(57·행시 32회), 김용범 기재부 1차관(60·행시 30회),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60·행시 30회),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57·행시 32회), 은성수(61·행시 27회) 금융위원장,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60·행시 28회),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65·행시 25회) 등이 잇따라 하마평에 올랐다.

최근에는 김상조(60)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김 실장이 정권 임기 말에 믿고 맡길 수 있는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4차 긴급재난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추경) 이슈가 정리된 뒤 ‘경제 컨트롤타워’ 중책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관가에서는 홍남기 총리, 김상조 부총리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책실장, 경제부처 장관들이 대부분 바뀌지 않는 것은 문재인정부가 현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김상조 정책실장의 거취가 경제부처 개각에 최대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수부에 여성 장관 후보가 지명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해수부 장관 여성 후보에는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내각의 여성 장관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30%선으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발표대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국무위원 18명 중 여성 장관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 3명뿐이다. 비율은 16.6%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인사·행정 전문가들은 철저히 사전 검증을 하되 ‘늦장 인사’로는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관 인사가 늦어질수록 공무원들이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청와대 입만 바라보게 된다”며 “정권 말에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지 않도록 하려면 국민을 바라보며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