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개막-①] 갈등·분열의 4년..'국민 대통합' 가능할까

김정한 기자 2021. 1.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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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책 복원+이해·관용·양보 통한 혁신이 핵심
'7000만 트럼프 지지자' 공감대 형성도 넘어야 할 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일(현지시간)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트럼프 시대의 극심한 정치적, 사회적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 대통합을 이뤄야 할 막중한 과제가 부여됐다.

미국 사회의 분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4년이 남긴 유산이다. 친트럼프와 반트럼프 진영 간 내전에 준하는 사태 발발이 우려될 정도로 반목이 심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미국 사회에 인종차별, 특히 흑백 갈등과 외국인 이주민들에 대한 배척 코드를 깊숙이 심어놨다.

반이민정책, 미국-멕시코 간 국경선 장벽 건립, 백인 경찰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 등은 모두 이런 맥락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때문에 미국 사회의 분열을 봉합하고 미국민들을 대통합으로 이끄는 일이 바이든 대통령의 급선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우)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 AFP=뉴스1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구상의 핵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행한 거의 모든 정책을 갈아엎고 오바마 행정부가 시행했던 정책을 복원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상·하 양원 전부를 장악한 점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복원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원을 뛰어넘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힘의 논리가 아닌 이해, 양보, 관용, 공감대 형성을 통한 국민 대통합이 요구된다.

새 내각의 구성원이 여성, 흑인, 성소수자, 이민자 등으로 미국의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다양한 것은 그의 단호한 갈등 치유와 화합 의지를 상징한다. 전문성 부족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경력자들을 다수 중용한 점도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 © AFP=뉴스1

바이든 대통령이 넘어야 할 중요한 문턱은 또 있다. 첫째, 모든 정치적 실책과 도덕적 의혹에도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한 700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인상은 트럼프를 지지했던 고령의 전문직 백인 남성들의 반발을 더욱 키워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보수주의자들의 박탈감을 다독이고 개선하지 못하면 얼마든지 제2의 트럼프, 제3의 트럼프가 나타나 미국 사회를 다시 분열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미 상원의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야기할 수 있는 교착 정국을 원만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취임 초기 정책 시행을 위한 기초공사를 단단히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 © AFP=뉴스1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2024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재도전을 막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추기고 그의 지지자들이 일으킨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가 미국의 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분명히 명분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신속하게 진행되더라도 최소 수주가 소요되는 탄핵 정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자들에 대한 상원 인준 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 이 경우 핵심 공약 추진에 아주 중요한 취임 첫 100일은 표류되고 만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수차례 치유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2년 만에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했다. 이는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미국은 태생적으로 여러 인종, 언어, 문화가 뒤섞인 국가다. 그래도 초강대국이 된 것은 이 같은 다양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대승적 화합 노력이 미국의 전통으로 뿌리 내려 면면히 이어져온 덕분이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초당적 입장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반대자들을 포용하며, 공화당과도 협조하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러닝메이트였던 경력과 첫 아내와 13개월 된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비극적 가족사에서 비롯된 인간에 대한 연민도 그가 앞으로 이끌어갈 국정 운영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코로나19 대유행을 통제하고, 대외관계를 바로잡고,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은 이 모든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원동력이며, 출발점이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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